[칼럼] 분쟁조정 제도개선 미룰 수 없어

[칼럼] 분쟁조정 제도개선 미룰 수 없어
[이미지: AI Generated by TheTechEdge]

도메인이름 분쟁해결의 국제경쟁력 제고 필요성

[이대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도메인이름은 웹사이트의 위치를 나타내는 인터넷상의 주소로서, ‘.KR’ 및 ‘.한국’(한국 도메인), .CN, .JP와 같은 국가 최상위도메인과 .COM과 같은 일반 최상위도메인으로 구성된다.

예컨대 THE TECH EDGE 신문의 ‘thetechedge.ai’에서 ai는 영국령인 앙귈라를 나타내는 국가 최상위도메인이고, thetechedge는 2차도메인이다. 인터넷에서 영업활동을 하기 위해서는 기억하기 쉬운 도메인이 중요하며, 이에 따라 오프라인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상표를 2차도메인으로 활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도메인이름은 ‘선착순’ 등록 방식이어서, 상표권자가 아닌 자가 먼저 등록함으로써, 상표권자와 등록자 간에 분쟁이 발생한다. 도메인 분쟁은 국제적인 성격이므로, 소송(재판)보다는, 신속하고 간편하며 저렴한 비용이 특성인 조정으로 해결하는 것이 적합하다. 세계지적재산권기구(WIPO) 등 5개 기관이 일반 최상위도메인의 분쟁을, 한국의 인터넷주소분쟁조정위원회(인주위)는 한국도메인과 함께 일반 최상위도메인의 분쟁을 조정하고 있다.

그런데 WIPO가 매년 6,000건 이상을 조정하는 반면, 인주위는 25건 내외에 그친다. 국제기구인 WIPO와 비교하는 것이 적합하지 않을 수 있으나, 적은 수의 조정 건수는 분쟁이 적은 것이 아니라 도메인 분쟁조정의 이용을 어렵게 하는 제도적 요인에 기인한다는 것이 문제다. 따라서 분쟁조정 절차의 효율성 및 국제경쟁력 제고가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첫째, 한국 도메인 등록 시 주소지를 요구하는 제도는 외국인의 조정절차 이용을 어렵게
하고 있다. 외국인 상표권자가 조정으로 도메인을 되찾고자 해도, 국내 주소지가 없어 이전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조정 신청을 포기하거나, 말소 후, 타인이 등록하지 못하도록, 국내 법무법인 명의로 도메인을 등록하도록 하는 기형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주소지 요건을 폐지하거나, 최소한 조정에 따른 이전에는 예외를 허용해야 한다.

둘째, 분쟁조정의 기준을 통일도메인이름분쟁해결정책(UDRP)과 같이 ‘무단점유’를 중심으로 개편해야 한다. 무단점유는 일정한 이익을 얻기 위하여 도메인이름을 등록하는 것을 일컫는다. 인터넷주소자원에 관한 법률(인주법)은 무단점유도 신청사유에 포함시키고 있으나, 상표권 침해, 부정경쟁, 희석화를 중심으로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외국인이 한국의 상표권 침해 등을 이해해 조정을 신청하기 어렵다. UDRP 기준은 보편적이고 이해하기 쉬우므로 외국인의 인주위 접근성을 높이는데 도움이 된다.

셋째, 인주위의 조정절차에서 최소한 영어 사용을 허용해야 한다. 도메인 분쟁조정은 사실상 신청서 및 답변서 제출과 결정문 작성으로 이루어지고 소송과 같은 직접적인 심리가 이루어지지 않으므로 어려운 것도 아니다. 국제적인 분쟁해결절차로서 한국어 외에 영어를 병행하는 것은 당연한 방향이다.

마지막으로 분쟁조정 결정에 따른 말소나 이전이 신속하고 간편하게 실행되어야 한다. 현재 도메인이름을 이전하도록 하는 조정결정이 나오더라더도 신청인이 이를 실행할 것을 요구해야 이전이 이루어진다. 조정결정에 대한 이의제기 기간이 경과하면 자동적으로 바로 실행하면 되는 것이지, 다시 실행을 신청하라는 것은 도메인 분쟁조정에 요구되는 신속성과 간편성을 약화시키게 된다.

분쟁조정 제도 및 기관의 국제경쟁력은 국가적으로도 매우 중요하다. 많은 국가들이 국제 분쟁해결기관을 유치하거나, 자국 조정기관이 경쟁력을 가지도록 안간힘을 쓰고 있다. 우리 스스로 국제경쟁력을 갉아먹을 필요가 없으며, 분쟁조정의 국제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도개선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칼럼_ 이대희 고려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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