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드리드 협상 중인 미-중, 중국의 카드 한 장 추가되나
- 돌연 엔비디아가 규정을 위반했다는 중국
- 마드리드 협상에서 좋은 위치 차지하려는 속셈
- 중국, 칩셋 수출 재개 원할 것
미국과 중국 간 다툼이 한층 더 첨예해질 전망이다. 중국의 국가시장감독관리총국이 반도체 대기업 엔비디아가 반독점 규정을 위반했다고 주장했기 때문이다. 이를 최초 보도한 블룸버그에 의하면 이는 단순 ‘주장’이 아니라 ‘판결’이라고 한다. 즉, 중국에서는 엔비디아가 이미 규정을 위반한 기업이 됐다는 의미다.
2020년 엔비디아는 컴퓨터 네트워크 업체인 멜라녹스테크놀로지스(Mellanox Technologies)를 70억 달러에 인수한 바 있다. 중국 측은 이 거래를 문제 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거래를 꼬집어 지명하지는 않았다. 또한 엔비디아에 어떤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인지도 밝히지 않았다. 다만 “조사를 이어가겠다”고만 발표했을 뿐이다.
일부 매체의 보도에 의하면 원래 중국 당국은 엔비디아가 GPU 가속기와 멜라녹스의 네트워크 장비 및 소프트웨어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할 것을 조건으로 인수를 승인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엔비디아는 미국 정부의 수출 통제 때문에 중국으로 제품을 공급할 수 없게 됐다. 중국 정부로서는 엔비디아가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이고, 엔비디아로서는 약속을 지킬 수 없게 된 것이다.
이에 엔비디아는 “우리는 모든 규정과 법규를 성실히 준수하고 있다”며 “이번 중국 정부의 결정과 관련해 계속해서 협력해 나갈 것”이라는 성명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독점 법을 일부러 어긴 적은 없지만 일단 기관들의 말을 들어보고, 최대한 맞춰줄것’이라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마드리드의 일과 관련 있나
왜 갑자기 중국은 이런 발표를 했을까? 9월 14일부터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리고 있는 무역 협상을 의식한 것으로 분석된다. 현재 미국과 중국 간 무역 분쟁이 심화되고 있어 세계 경제 전체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으며, 두 나라의 고위급 장관들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만나 의견을 조율하는 중이다. 일요일에 주요 참석자들이 도착했고, 이야기는 월요일부터 시작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이번 마드리드 회담의 주제는 크게 네 가지다. 관세, 수출 통제, 기술, 틱톡이 바로 그것이다. 양국은 최근 크게 높일 거라고 예고했던 관세를 잠시 유예하거나 줄여서 적용하는 등, 무역 전쟁의 휴전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를 연장할지 혹은 공식적으로 관세 전쟁을 중단할지를 논할 예정이다. 수출 통제와 기술 제재는, 칩셋과 인공지능과 관련된 수출 제한을 조율하려는 것으로, 이는 미국 바이든 전 대통령이 적용시킨 수출 금지 규정과 관련이 있다. 틱톡은 미국 정치권에서 배척하는 대표적인 중국 기업이다. 미국은 여전히 틱톡이 중국 정부와 완전히 단절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중국은 정치와 민간 사업을 연루시키지 말라고 강력히 주장하는 중이다.
중국은 여기서 미국을 압박할 카드를 하나 쥐고 싶었던 것으로 보인다. 세게 나가기 위해, 그럼으로써 보다 누그러진 협상 태도를 미국으로부터 끌어내기 위해, 엔비디아에 규정 위반 기업이라는 딱지를 하나 붙인 것이다. 중요 협상을 앞둔 나라들이, 앞에서는 협상을 진행하고 뒤에서는 여러 가지 위협거리를 마련하는 건 흔한 패턴이다.
중국이 원하는 건?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뭘 얻어내고 싶어할까? 그게 얼마나 간절하기에 이렇게 노골적인 ‘협상 카드 만들기’까지 서슴지 않는 것일까? 많은 분석가들은 “결국 중국은 고성능 엔비디아 칩셋을 쓰고 싶어 한다”고 말한다. 즉 중국은 “엔비디아 칩셋을 우리도 쓸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이번 마드리드 협상에서 관철시키려 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엔비디아의 GPU 칩셋들은 최첨단 인공지능 모델들을 운영하는 데 꼭 필요한 요소다. 하지만 지난 1월, 당시 바이든 체제 아래 있던 미국 정부는 “인공지능확산규칙(AI Diffusion Rule)”을 발표하며 미국산 인공지능 칩셋들이 중국 및 일부 국가들에 수출되지 못하게 가로막았다. 중국은 여기에 거세게 항의했으나, 지금도 중국 인공지능 연구원들은 고성능 칩셋을 만져보지도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정권이 바뀐 후 미국 상무부는 바이든의 인공지능확산규칙을 공식 폐지한 상황이다. 이에 중국은 쾌재를 불렀으나, 기쁨은 오래 가지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4월에 “중국으로 가는 칩셋들은 라이선스 계약 하에 수출돼야 한다”는 내용의 새 규정을 발표한 것이다. 수출을 막지는 않겠지만 까다로운 장애물을 통과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름 없는데, 결국 중국 전문가들이 여전히 고급 칩셋을 쓰지 못하게 한 것이라고 해석 가능하다.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이 규정을 7월 스스로 무력화시켰다. 라이선스 없이도 칩을 판매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다. 다만 여기에 조건이 붙긴 했다. 중국에 칩셋을 판매하려면, 매출의 15%를 미국 정부에 제공해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는 꽤나 큰 금액이 될 수 있으며, 아직까지 이 돈을 내면서까지 중국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 최근 실적 발표에 따르면 엔비디아는 단 한 건의 중국 수출도 이뤄내지 못했다고 한다. 지금까지도 중국 연구원들은 공식 루트로 강력한 칩셋을 얻어내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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