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머묾] 1주일 강제 셧다운을 지나며

[TE머묾] 1주일 강제 셧다운을 지나며
Photo by Tim Gouw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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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 지난 1주일 셔터 내린 더테크엣지 웹사이트
- 처음에는 전전긍긍했으나, 그 동안 읽은 심리학 도서들이 도움
- 기술 담당자도 "배울 것 많았다"는 경험 공유

심리학에 대해 깊이 알지 못하지만 관심은 유지 중이다. 전문성 좀 낮춘, 대중친화적 신간이 나오면 읽는 편이다. 유용한 구절은 메모하거나 기억해 두나 대부분 오래 가지 않는다. 굳이 메모하지 않아도 생생한 내용들도 있는데, 시시때때로 기억나는 건 ‘심리치료가 가장 큰 벌’이라는 것과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로 정의한 순간 스트레스가 된다’는 것이다. 부연한다.

심리치료가 가장 큰 벌이라는 건 ‘죄책감’과 관련된 말이다. 극악무도한 범죄를 저지른 자들 중 일부는 감옥이 아니라 국립법무병원이라는 곳에 가서 치료를 받는다. 병원이지만 감옥이고, 감옥이지만 병원 같은 시설이다. 범죄를 멀리서 뉴스로만 접하는 나같은 사람은 이런 제도를 쉽게 이해할 수 없다. 세금 아깝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금수같은 인간들 심리치료 해봐야 뭘 얻겠다는 건가.

그곳 출신 한 전문가께서 쓰신 글에 이유가 명확히 설명돼 있었다. 그곳으로 온 범죄자들은 다양한 정신 문제를 겪고 있는데, 대부분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모른다고 한다. 기억을 못하는 게 아니라, 사안의 위중함을 정상적으로 깨닫지 못한다는 것이다. 죄책감이 결여돼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사이코패스의 가장 큰 특성이 바로 이 ‘죄책감의 결여’라고 했던 내용도 기억난다.

그런 상태에서는 아무리 누가 설명해줘도 받아들이지 않는다고 한다. 처벌을 받는 게 억울하기만 하단다. 원망과 분노만 쌓일 뿐으로, 이는 오히려 추가 범죄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심리치료든 상담이든 뭐를 통해서든, 자기가 한 일이 어마어마한 잘못이라는 걸 깨달을 때 범인은 지옥에 빠져든다고 한다(그분의 표현이 아니라, 내가 내용의 대략을 떠올리며 쓰는 표현이다). 그 어떤 형벌도 깊은 죄책감보다 괴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죄책감을 배워버린 사람은 이미 늦어버린 자신의 과오를 뉘우치고 용서를 빌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한 것과 같다는 식의 내용이 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제야 처벌이나 훈계나 교화 절차가 의미를 갖는다는 정도로 나는 해당 글을 이해했다. 살아오면서 숱한 죄책감에 시달려본 나는 이런 설명을 이견 없이 받아들였다. 맞다. 죄책감만큼 깊은 수렁은 없다. 사형이 오히려 가볍게 느껴질 정도다. 그러므로 감호소는 세금 날리는 곳이 아니라 구제불능 인간들을 오히려 가장 깊은 구덩이로 쳐넣는 행위이기도 하다. 

스트레스는 스트레스로 인식해야 스트레스가 된다 말도 충격적이었다. 같은 상황이 주어졌을 때 스스로에게 ‘스트레스 받는다’고 중얼거리는 사람과, 그냥 묵묵히 헤쳐가는 사람이 받는 심리적 데미지가 실제 다르다는 내용이었다. 쉽게 말해 입에 ‘힘들다, 힘들다’를 달고 다니는 사람은 그 말 때문에 더 힘들다는 것. 한탄 한 번에 스트레스 날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자기를 저주하는 거라는 의미가 된다. 묘하게 불평을 습관처럼 내뱉는 사람들이 주변에 있으며, 그들 대부분 찌뿌둥한 삶을 영위한다는 비통계적 느낌을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는데, 그것과 겹치는 내용이라 반가웠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대한 문제가 있다. 사람이 살아가면서 모든 것을 기쁘고 즐겁게만 받아들일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냥 묵묵히 헤쳐가는 사람이라고 해서 힘든 상황에도 마냥 가벼운 마음 유지해 콧노래 부를 수 있는 것은 아닐 터. 어떤 한 사람에게 힘든 건 대체로 누구에게나 보편적으로 힘든 게 사실이다.

그 대목에서 핵심이 나온다. ‘스트레스를 스트레스로 인식해야 스트레스’라고 짚어낸 심리학자는 해당 글에서 ‘스트레스를 즐거움으로 대체하라’고 억지 주문하지 않았던 것이다. ‘스트레스’라는 말을 떠올리는 것만 자제하라고, 그러면 시련이 ‘덜 힘들게’ 지나갈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었다. ‘조금 덜 힘들어지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꽤나 현실적인 목표를 향하게 하는 좋은 조언이라 생각한다. 

‘스트레스라는 글자가 내 마음 속에 나도 모르게 스쳐지나가는데 어찌합니까?’라고 물을 수 있다. 그건 통제 밖의 일 맞다. 거기까지는 누구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그것을 그냥 스쳐가게 두느냐, 아니면 꼭 붙들고 있느냐는 훈련의 영역일 수 있다. 

이를 테면 혼잣말이더라도 “아, 스트레스 받네…”라고 굳이 생각을 말로 빚어서 세상에 드러내는 것만 하지 않아도 스트레스는 마음에 뿌리내리지 못한다. 좋은 결과를 상상한다든가, 지금의 힘듦을 개선할 방안을 고민하는 등 다른 쪽으로 궁리의 방향을 부리나케 바꾸는 것도 ‘스트레스’가 스쳐지나가게 하는 데 도움 된다. 이 역시 훈련하면 점점 익숙해진다.

결국 무슨 말인가? 생각나는 걸 다 말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게 스트레스 감소의 실질적 첫 걸음이다. 더 나은 결과를 상상하며 개선 방안을 실질적으로 고민하는 버릇을 들이는 것도 스트레스 내쫓는 데 좋단다. 필자만 봐도, 범죄자들을 감호소로 보낸다는 소식에 입으로 쌍욕하지 않고, 그러는 이유를 납득하니(즉 개선된 결과를 상상할 수 있게 되니) 정말 관련하여 스트레스가 들러붙지 않는 걸 경험했다. 신문 보는 게 덜 힘들어졌다.

다른 영역으로도 점점 이 기술을 확대 적용하고 있다. 이를 테면 지난 1주일 동안 더테크엣지 웹사이트가 다운됐을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으려 무진 노력했다. ‘내가 뭘 잘못해서 천벌을 받는 건가’라는 맹목적 죄책감부터 시작해 ‘조금씩 늘어나던 독자들 다 잃겠다’까지 골방에 혼자 앉아 있질 못해 왔다갔다 하면서 F5만 계속해 눌렀다. 그 와중에도 ‘스트레스’라는 글자는 날려보내고, ‘이 사건의 장기적 의미’를 혼자서 수립하려는 마인드게임을 쉬지 않았다.

명쾌한 답이 철컥 나와 복잡한 마음을 시원케 한 건 아니었다. 하지만 앞으로의 방향성에 집중하려 할 때 F5 누르는 횟수와 왔다 갔다 하는 발걸음 수는 점점 줄어들었다. 그만큼 마음의 짐이 조금씩 가벼워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동안 발행했던 기사들이 전부 날아갔으면 어떻게 할까’가 가장 큰 염려였는데, ‘정말 그런 일이 일어나면 처음부터 정체성 다시 확립해 더 견고하게 집을 지으면 된다’는 결심에 도달하자 걱정은 기대로 바뀌기까지 했다.

중간에 사이트가 반쯤 열린 기간이 있었다. 아무런 기사도 나오지 않고 오직 더테크엣지의 소개글만 걸려 있었다. 확인해보려 접속할 때마다 반복해 읽게 됐다. 우리 구성원들이 직접 쓴 글귀지만 상황이 상황인지라 새록했다. 

“보이는 것은 활자지만, 읽히는 것은 정신입니다. The Tech Edge는 사건의 표면만을 훑는 뉴스 생산을 거부합니다. 우리는 사실의 나열보다 사실의 근간에 놓인 진리와 원칙을 탐구합니다. 기술, 산업, 사회, 정책, 그리고 인간. 이 모든 요소가 맞물려 만들어내는 시대의 구조를 읽고, 현재를 설명하면서도 미래를 단단히 쌓아 올릴 수 있는 통찰을 공유합니다.” 감당 가능할까 싶을 정도로 어마어마한 내용이다. 하지만 감당하려 한다. 그러려면 끝없이 배워야겠지. 심리학이든, 기술이든, 해킹 기법이든, 경제든.

1주일이 지나갔고 사이트는 되살아났다. 스트레스 없애기를 통해 휴가 같은 1주일을 보냈다면 거짓말이지만, 누군가를 향하는지도 모르는 애걸복걸과 원망의 암흑기는 다행히 모면했다. 오히려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스스로 좀 더 확립할 수 있었고, 기술적으로 사이트 복원하느라 여러 밤 지새웠던 담당자는 마치 나와 짠 것처럼 “공부할 내용이 더 많았다”는 후기를 공유했다. ‘기술을 날카롭게 읽는다’는 모토를 가진 더테크엣지를 구성하는 사람이라면 어디서라도 배울 것을 찾는 태도가 전제되어야 한다는 게 저절로 확인된 것 같아 반가웠다. 어쩌면 이 사태의 가장 큰 성과이겠다.🆃🆃🅔

by 문가용 기자(anotherphase@thetechedg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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