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보호에 진심인 EU, 연령 확인 기술 베타테스트 돌입
- 유럽연합 5개국, 연령 확인 앱 시험 도입 시작
- 특정 연령 이상부터 소셜미디어 사용하도록 하기 위한
- 온라인 연령 확인, 원래부터 허술
당신의 온라인 연령은 무엇인가? 아니, 몇 개인가?
연령이 어느 정도 된다는 걸 입증해야만 접근 가능한 콘텐츠들이 있다. 예전에는 영화관이나 비디오 대여점에 이런 높다란 인증의 장벽이 설치돼 있었다면, 지금은 PC와 모바일로 접속 가능한 여러 웹 서비스들에 비슷한 것들이 존재한다. 다만, 그 높이가 영화표 판매부스 직원이나 대여점 사장님만큼 높으냐 하면, 꼭 그렇지만도 않다. 특히 외국의 웹서비스들의 경우 사용자가 직접 태어난 해를 고르게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 날의 마우스 휠 부드럽기에 따라 80년, 49년, 52년 등을 무작위로 골라 인증 과정을 무사히 통과하면서도 ‘이게 뭔 짓인가’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없는 것만 못한 그 연령 인증 단계를, 기자만 그렇게 거친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수많은 아동과 청소년들이 아주 쉽게 나이를 속여 각종 성인 영상과 게시글, 게임에 접속했고, 그러고 있다. 특히 여러 소셜미디어를 통해서 이런 유해 콘텐츠가 확산돼 나가고 있는데, 플랫폼 개발사들은 이렇다 할 조치의 의지가 없어 보이고, 규제 기관들의 철퇴 스윙은 너무나 느리다.
그런 가운데 유럽연합의 그 스윙 궤적이 히트포인트에 가까워져 오고 있다. 다섯 개 유럽연합 회원국이 새로운 연령 확인 앱을 시험 운영하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 참가하는 국가는 프랑스, 덴마크,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이다. 이 국가들에서 사용될 연령 확인 앱의 정확한 이름이나 스펙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로서는 프로토타입 상태고, 국가별 상황에 따라 여러 가지로 수정 및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고 한다. 각국이 프로토타입을 가져가 스스로 앱을 개발하는 게 궁극적 목적이라는 설명도 존재한다.
유럽연합 vs. 소셜미디어
유럽연합은 꽤 오래 전부터 미국의 대형 소셜미디어 업체들과 투닥거려왔다. 유럽 발 IT 기업들을 키워주기 위해 미국 기업들을 견제한다는 설도 유력하게 거론되지만, 가장 표면적인 이유는 소셜미디어가 아동 청소년의 정신 건강에 심각한 피해를 입힌다는 연구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 현상은 학계에서 오랜 시간 보고되어 왔고, 심지어 페이스북의 경우 경영진들 사이에서 이미 그 사실을 알고도 덮어두고 있었다는 내부 고발까지 나오면서 여론은 소셜미디어들에 불리하게 돌아갔다.
현재 유럽연합 내에서는 15세 미만 어린아이들에게 소셜미디어를 제한해야 한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다만 이 내용이 아직 명문화 된 것은 아니며, 나라마다 적정 연령을 다르게 보고 있기도 하다. 연령을 기준으로 온라인 서비스에 접근하지 못하게 하는 것 자체를 자유 침해라고 보는 견해들도 있어, 이 사안은 아직 첨예한 논란 중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소셜미디어와 청소년이 얽힌 사건들이 중첩되면서 조금씩 ‘아동들을 소셜미디어로부터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 쪽으로 무게추가 기울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래서 유럽연합은 2023년부터 디지털서비스법(DSA)이라는 것을 시행해 왔다. 아동 청소년들의 온라인 콘텐츠 이용에 관한 엄격한 규제가 이 법 안에 포함되어 있다. 여기에 따라 미국의 빅테크들은 부랴부랴 필요한 조치들을 취했다. 일단 ‘중독’을 유발하는 요소들부터 손보기 시작했다. ‘읽음 확인’ 표시가 사라지도록 했으며, 미성년자의 경우 상대방 차단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했고, 스크린샷 등 콘텐츠 다운로드 기법들도 제한했다. 디폴트 상 알림이 오지 않도록 옵션을 변경하기도 했으며, 앱이 사용자의 앨범에도 접근하지 못하게 했다.
아직도 유럽연합과 소셜미디어의 ‘조정’은 진행 중에 있다.
그런 가운데 유럽연합 국가들이 연령 확인 프로토타입을 마련해 시험 적용한 것은 소셜미디어에 접속하려는 어린 사용자들을 기술적으로까지 차단하려는 의지로 해석된다. 덴마크의 디지털 부문 장관인 캐롤린 스테이지 올센(Caroline Stage Olsen)은 “아무나 가게에 들어가서 ‘내 나이는 스무살이오’하는 것만으로 담배나 술을 구매하는 게 합법화 된 세상은 없다”며 “온라인 공간에서도 같은 규칙이 적용되어야 할 때가 됐다”고 밝혔다.

올센 장관은 지난 달 외신인 폴리티코와의 인터뷰를 통해 메타를 직접 공격하기도 했었다. 당시 메타는 "페이스북이 유럽연합의 요구에 따라 연령 확인을 철저히 하기 시작한다"는 내용을 대대적으로 광고한 바 있다. 올센은 "광고로 '우리가 사용자를 이만큼이나 아껴요'라고 떠벌일 돈이 있으면, 실제 사용자 보호를 위한 기술에 더 투자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EU 측의 이러한 흐름을 감지한 구글은(역시 유럽과 티격태격하고 있는 빅테크 중 하나) 얼마 전 자사 라이브러리 하나를 오픈소스로 풀었다. ZKP라고 하는 이 도구는, 온라인에서 별도의 프라이버시 침해 없이 사용자 연령을 확인할 수 있게 해 주는 것이었다. 구글 역시 오픈소스화 소식을 발표하며 “유럽연합 회원국이 ZKP를 바탕으로 연령 확인 기술을 미리부터 실험하고, 또 스스로 개발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한다”고 했었다.
Related Materials
- Teens, screens and mental health -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2024년
- Teens, Social Media and Mental Health - Pew Research Center, 2025년
- The influence of social media on the development of children and young people - European Parliament, 2023년
- The Longitudinal Impact of Social Media Use on UK Adolescents’ Mental Health - National Institutes of Health, 2023년
- Teens, Social Media and Technology 2023 - Pew Research Center, 2023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