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경제] 막다른 구석이 보이기 시작한 트럼프?
- 보안이나 IT와는 관련이 없는 내용
- 정치적 호불호 떠나, 경제적 측면에서만 본 세계 1위 권력자
- 슬슬 태도 바꾸는 나라들...쉬쉬하던 비밀, 누설된 듯
나같은 무지랭이가 봐도 트럼프가 슬슬 구석에 몰리는 분위기다. 세계 1~2위 시장이라는 자국의 입지를 십분 활용, 임기 초부터 거침없이 관세를 적용해 세상을 벌벌 떨게 만들던 그에게 부메랑의 칼끝이 멀리서 보이기 시작했다. 뭐, 그렇다 해도 ‘전 세계 No.1’이라는 권력과 ‘무대뽀 정신’이 워낙 막강한지라 무사히 지나갈 수도 있겠지만, 세상 일은 모르는 거니까.
그 ‘부메랑’이라는 것이 2월 말 코끝에 알쏭달쏭 감기는 봄기운처럼 희미하게 느껴진 건 몇 주 전이었다. 유럽중앙은행이 “미국 관세 때문에 가장 큰 피해를 입는 건 미국 소비자와 기업”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정식 발표했을 때다. 내용 자체야 심심찮게 나오던 거라 새로울 게 없었다. 다만 그걸 유럽중앙은행이라는 공신력 강한 집단이, 심지어 정식 보고서 형태로 공식 발표했다는 게 ‘쎄했다.’ 관세 높여 봐야 결국 미국도 같이 진흙탕에 빠질 거라는 말, 다들 소근소근하던 거 아니었나.
얼마 지나지 않아 미국 자동차 업계가 볼멘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대놓고 정부에 대들진 못했지만 ‘관세 때문에 세계에서 미국 소비자들만 가성비 전기차를 선택할 수 없다’는 논조를, 여러 경제지를 통해 전개한 것이다. 가성비 전기차는 다름 아닌 중국 전기차다. 테슬라도 눌러버린, 한국에서는 조롱 받지만 세계 자동차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꽤나 주목받는 BYD와 지리의 제품들 말이다. 살벌한 유가로 전기차 고려하기 시작한 미국 소비자들도 관심을 갖고는 있는데, 자국에서는 높은 관세 때문에 가성비 모델을 고가에 사야하니 그림의 떡일 뿐이다.
미국 경제서 자동차 산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적지 않아 아무리 트럼프라도 이런 불만을 무시할 수는 없겠다, 싶었다. 기업들은 이런 기사를 보고 ‘정부가 중국의 공세로부터 우리를 지켜주는구나’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소비자이자 유권자인 일반 대중들은 ‘나라가 내 권리 하나를 빼앗아갔다’고 느낄 수밖에 없다. ‘내가 내 마음대로 돈을 쓸 수 있다’는 권리는, 자본주의 유권자들에게 반드시 보장해줘야 하는 것으로, 바이든이 트럼프에게 자리를 내준 것도 따지고 보면 이것을 못해서 아니던가.
그런데 오늘 캐나다 전 무역협상 대표가 “USMCA 협상에서 시간은 캐나다 편”이라며 “서둘러 양보할 필요 없다”고까지 못을 박았다. USMCA는 캐나다-미국-멕시코 간 FTA다. 올해 연장할지 말지를 세 나라는 결정한다. 당연하지만 트럼프는 ‘할까 말까’하며 밀당을 시도 중이고, 캐나다와 멕시코는 속이 타는 입장이다. 오죽하면 캐나다는 정부 차원에서 USMCA 협상만을 위한 공직을 새로 만들고, 심지어 주미 대사를 경제인 중에서 발탁했을 정도다. 멕시코도 대통령이 직접 백악관을 찾아 설득과 읍소를 곁들였다. 그런데 갑자기 캐나다 인사가 ‘시간은 우리편’이라고 했다? 심지어 ‘마구 양보할 필요 없다’고까지 발언을?
아니나 다를까, 이 발칙한 발언을 담은 블룸버그 기사는 “미국 경제에 가해지는 압박이 점점 커지고 있다”로 시작한다. ‘기다리면 된다’가 그 다음이다. ‘알아서 무너지게 돼있다’는 없지만 어디 행간이라는 곳에 숨어있을 듯하다. 다른 설명이 있을 수 없다. 자국 기업을 보호한다고 휘둘렀던 관세가, 오히려 자국 기업과 소비자에 해를 끼치고 있다, 그리고 그게 유권자를 동요케 하고, 올해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는 무시할 수 없다, 는 사정을 모두가 알아챈 것이다! 그 벌벌 떨던 캐나다가 ‘치킨 게임을 해볼까?’라는 식의 발언을 할 정도로.
EU도 대담하게 움직이고 있다. 중앙은행 보고서만이 아니다. 미국 자동차 기업들이 잘 써먹던 역내 규정 하나를 손보기까지 했다. 유럽 내 수입되는 차 중 ‘특별 케이스’에 해당하는 것들은 개별 기준 적용해 들여온다는 내용 담고 있는 IVA가 바로 그것이다. 미국이라는 거대한 땅에서 돌아다니는 초대형 트럭과 SUV를 소대륙 유럽으로 수출할 때, IVA가 근거가 된다. 돌연 EU는 이 제도의 기준을 강화하겠다고 밝혔으며, 이제 슬슬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트럼프처럼 관세 망치 휘두르지 않고 조용히 미국 자동차 산업의 활로 하나를 틀어막고 있는 것이다.
이게 왜 대담하냐면 미국과 EU 간 상호 관세 완화 합의가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양측은 구두로 어느 정도 합의를 하긴 했지만, 비준 과정까지 완료하지는 않았다. 트럼프 행정부가 다시 변덕을 부려 ‘또 속았냐?’라고 할수도 있는 상황에서 EU가 도발 비슷한 걸 먼저 한 거라고도 해석 가능하다.
심지어 유럽 시장서 미국산 초대형 트럭이나 SUV가 차지하는 비율은 0.1%도 되지 않는다. 미국 자동차 산업이 EU 시장에서 대형차 팔아 실제 벌어들이는 돈 혹은 앞으로 못 팔아 잃을 수 있는 돈이 따지고 보면 그리 대단치 않다는 것이고, 요즘 자기들 자동차 산업 부흥시키고자 하는 EU도 그 덩치들을 딱히 큰 견제 대상이라고 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IVA 개정은 실익보다 상징성이 강한 움직임이다. EU도 ‘기다리면 알아서 무너져’라는 시선으로 상대를 보고 있는 걸까.
그러는 사이 대담하게 이란을 압박했던 트럼프는 ‘최최최최최최최최최종 협상안’을 내놓으면서 모양이란 모양은 다 잃었다. 난 그가 사방으로 포위를 당한 것만 같다. 무소불위의 권력자, 현 시점 ‘세계 1짱’에게 남겨진 건 큰 목소리와 트루스소셜인 것만 같다. 오로지 경제의 측면에서만 봤을 때 그렇다는 말이다.
그러므로 그의 이 다음 움직임을 지켜보지 않을 수 없다. 집안 공기도 끓는점에 가까워져 가고, 설설 기던 해외 파트너들도 이제 여유를 찾아가는 이때, 그는 어떤 묘수를 보여줄까? 기대감보다는 불안이 이 질문 안에 더 많은 건, 그가 여태까지 ‘묘수’라는 걸 보여준 기억이 없기 때문이기도 하고, 싫건 좋건 미국의 영향력은 이 극동 지역의 방구석에도 미치기 때문이다. 🆃🆃🅔
by 문가용 기자(anotherphase@thetechedg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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