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때문에 텍사스서 고발 당한 삼성과 LG

TV 때문에 텍사스서 고발 당한 삼성과 LG
Photo by Oscar Nord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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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 스마트TV 제조사 다섯 군데 고발한 텍사스 주
- ACR 기능 몰래 탑재시키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았다는 게 이유
- ACR은 화면 캡쳐 기능인데, 제조사들이 제대로 알리지 않음

미국 텍사스 주가 여러 스마트TV 제조사들을 고발했다. 그러면서 주 정부 대 국제적 기업들 간 소송전이 벌어지게 됐다. 텍사스 주 측은 “이들 테크 기업들이 TV 화면 스크린샷을 주기적으로 캡쳐하는 방식으로 소비자들을 감시했다”고 주장한다. 

이 고발전에 최전선에 선 건 텍사스 주 법무장관인 켄 팩스턴(Ken Paxton)이고, 소송에 걸린 기업들은 LG, 삼성, 소니, TCL, 하이센스다. 그는 이 기업들의 행위가 “지나치게 침해적이고, 소비자 기만적이며, 명백한 불법”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소비자들은 이들 기업으로부터 TV를 산 것이지, 프라이버시를 판매한 건 아닙니다. 이 점을 분명히 할 겁니다.”

소송의 핵심은 이들 제조사가 만든 TV에 내장된 ‘자동 콘텐츠 인식(Automated Content Recognition, ACR)’ 기술이다. ACR은 수년 전부터 TV에 탑재되어 왔으나 널리 알려진 기술은 아니다. ACR의 근간이 되는 개념 자체는 이미 2000년대 초반 방송 및 광고 업계에 등장해 있었다. 방송을 모니터링 해서 광고가 실제로 송출됐는지 확인하고, 저작권 침해가 발생하지 않았는지 감지하는 게 주 목적이었다.

그러다가 스마트TV라는 게 등장했고, 거기에 ACR이 탑재되었다. 2012~2014년 경이었는데, 제조사들은 TV 화면에 뭐가 송출되는지 확인함으로써 사용자들의 선호도에 따라 콘텐츠를 자동 추천하는 등 편의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를 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TV 제조사들이 마케팅용 데이터를 수집해 판매함으로써 수익 창구를 늘리려 한다는 비판이 있기도 했다.

ACR, 왜 알려지지 않았나

요즘 소비자들이 개인정보에 민감한 건 모든 회사가 아는 일이다. 그럼에도 ACR이 버젓이 탑재된 제품들이 시장에 오랜 시간 버티고 있을 수 있던 건 왜일까? ACR이 눈에 보이는 부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스크린 캡쳐를 위한 도구가 별도로 달린 것도 아니고, 스크린 캡쳐 시 화면에 표시가 나오는 것도 아니며, 이와 관련된 안내가 제공되는 것도 아니다.

혹 ACR을 안다고 해도, 그것이 ‘현실적 공포감’으로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도 크게 작용했다. 카메라가 날 감시해 화면을 녹화했다거나, 마이크가 저절로 켜져서 나의 대화 내용을 녹음했다는 것에 비해, 내가 보고 있던 화면을 캡쳐했다는 건 그리 심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제조사들이 ACR에 대해 설명할 때 ‘스크린샷’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은 것도 중요한 이유다. 의도적으로 자극적인 단어 대신 ‘화면 인식’, ‘콘텐츠 식별’, ‘시청 경험 개선’, ‘맞춤 추천’과 같은 안전해 보이는 용어들을 활용했다. 이 단어들을 두고 ‘감시’나 ‘프라이버시 침해’로 연결해 결론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개인정보 규제들이 강화되고 있어 제조사들이 ACR을 ‘몰래’ 탑재시킬 수는 없었다. 즉 소비자들에게 ACR과 관련된 내용을 고지해야만 했는데, 이 내용을 각종 약관 등에 깊숙하게 숨겨두는 꼼수를 부렸다. 다른 수많은 내용들에 묶어서 스리슬쩍 ACR에 관한 내용을 알렸기 때문에, 소비자들로서는 ‘동의함’을 누를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끊임없이 유사 논란 나오는 스마트TV 산업

스마트TV가 사용자들을 감시한다는 논란은 꾸준히 있어 왔다. 2017년에는 비지오(Vizio)라는 기업이 미국에서 소비자 동의 없이 ACR을 사용한 이유로 220만 달러의 벌금형을 받은 바 있다. 2015년에는 삼성 스마트TV가 사용자들의 음성을 감청했다는 논란이 있었고, 2013~2014년에는 LG 스마트TV의 시청 데이터가 무단으로 전송됐다며 영국에서 난리가 난 적이 있다.

기존 TV는 ‘사용자가 원하는 걸 화면에 송출한다’로 끝인 기기였지만 스마트TV는 ‘사용자가 원하는 것과, 시청 패턴을 파악해, 다음에 무엇을 보고 싶어할지, 얼마나 볼지까지 예측한다’의 기능까지 다해야 한다. 데이터 의존도가 높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데이터 관련 논란이 자주 나올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겉으로 보기에는 기존 TV와 다를 바가 없기 때문에 사용자들은 ‘이 가전이 나의 프라이버시를 침해할 수 있다’는 생각을 잘 하지 못한다. 외관이 전통 TV나 스마트TV나 다를 게 없어 방심하게 된다는 의미다. 

여기서 중요한 건 소비자 개개인의 방심을 제조사가 의도적으로 유발했다는 것이라고 팩스턴은 주장한다. “고지는 숨겨져 있고, 그 내용도 모호하며, 사용자가 재빨리 이해할 수 없게 구성돼 있습니다. 또한 제조사는 스마트TV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기 위해 필요한 것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공격적으로 가져가고 있습니다. 그 결과 피해자들은 자기가 돈 주고 산 장비가 정확히 어떤 짓을 하는지도 모른 채 집안에 그 장비를 가져다 놓고 있습니다.”

제조사들은 아직 대응하지 않고 있지만, 과거 논란이 있을 때마다 ‘억울하다’는 자세를 유지해 왔었다. 자신들은 소비자들을 좀 더 편하게 해 주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일부 데이터를 가져갔다, 그리고 고지를 안 한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므로 스마트TV 관련 사안은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다.

📌
1) 스마트TV가 태생적으로 데이터를 필요로 하며, 따라서 수집할 수밖에 없다
2) 그걸 감안하더라도 너무 많은 데이터를 가져간다 vs. 그렇지 않다
3) 어떤 데이터를 어떤 방식으로 얼마나 가져가는지 애매하게 고지한다 vs. 그렇지 않다

결국 ‘정도’의 문제

스마트TV가 본연의 기능을 발휘하려면 사용자의 데이터를 어느 정도 가져갈 수밖에 없다는 건 모두가 인정하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각종 법정 싸움이 끊이지 않는 건 그 ‘어느 정도’에 대한 합의가 없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번 사안만 하더라도 원고 측은 ‘너무 많이 가져간다’고 하고, 피고 측은 ‘가져갈 것만 가져가고 있다’고 주장해 서로가 첨예하게 부딪힐 전망이다.

고지 내용의 모호함에 대해서는 과거 여러 사건들이 보여주듯, 판사가 기업의 손을 들어주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고지를 보다 또렷하고 직관적으로 구성해야 할 몫은 기업들이 담당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핵심 문제는 ‘어느 정도의 데이터를 가져가야 프라이버시 침해가 아니게 되는가’로 귀결된다. 팩스턴은 주요 스마트TV 제조사들이 “사실상 대규모 감시 시스템을 구축했다”고까지 주장하는데, 그렇기에 제조사들이 상당히 굽히지 않는다면 중간점을 정해 타협하는 것에도 상당한 난항이 예상된다. 🆃🆃🅔

by 문가용 기자(anotherphase@thetechedg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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