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머묾] 기계가 말했다, 지구가 망했다

[TE머묾] 기계가 말했다, 지구가 망했다
Photo by NASA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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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 인간도 말 배우기 힘든데, 기계는 오죽했으랴
- 그렇게 힘든 일 매일 시켜대니, 얼마나 많은 에너지 소모될까
- 나중에 감당 못할 고지서 나올 가능성 높아

말 배우는 건 힘든 일이다. 거금 들여 유학 수년 다녀와도 마스터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개인 시간을 수년 단위 투자해도 원어민 공포증이 쉬이 사라지지 않는다. 한 단계 돌파했다고 느끼는 순간 바로 다음 장벽이 나타나길 반복해 결국 무릎 꿇고 만다. 남보다 조금 약한 뇌를 가진 아이의 말문은 부모의 기대가 꺾일 때까지 기다렸다 겨우 터지기도 한다. 

사람도 이런데, 기계는 어떨까. 우리는 원래 말을 하는 존재인데도 언어 학습의 난도를 평생 공포 속에 절절히 체감하다가 하직하는데, 체계 기반이 달랑 0과 1로만 구성된 기계는 오죽할까. 그런데 요즘은 그 기계가 사람보다 자연어를 더 잘 구사하는 기적을 매일 볼 수 있다. 허물어졌던 고대 바벨탑이 재건되는 듯하다. 

하지만 세상에 공짜는 없다. 우리도 땀 뻘뻘 흘리며 외국어 구사하고서는 극한 피로감을 느끼지 않는가. 기계도 비슷하다. 태연하게 유려한 언어를 구사하는 듯 보이지만, 뒤에서는 기계들도 진액을 쏟아낸다. 그 양이 얼마나 압도적인지, 말 하는 데 써버린 에너지 보충해 주느라 지구가 말라붙을 지경이다. 전기가 박살나고, 토양이 무너지고 있다.

한국인의 든든함이 밥솥에서 나오듯, AI의 ‘말빨’은 서버에서 나온다. 비유가 잘못됐다고 느낀다면, 옳다. 왜냐하면 우리 밥심 유지에 들어가는 건 1인당 밥솥 1대도 되지 않기 때문이다. AI의 ‘말빨’은 수없이 많은 서버들이 떠받들어야 한다. 얼마나 많이 필요한지 중형으로 분류되는 데이터센터(서버들의 집이다)조차 2만 대 정도의 서버를 보유한다. 우리가 아는 유명 AI 서비스들이라면 한 데이터센터에 수십만 단위의 서버가 설치되는데, 그런 데이터센터가 세계에 1000개소가 넘는다. 그러고도 감당이 안 돼 신규 데이터센터 건축이 쉴 새 없이 이뤄지고 있고, 올해 2000개를 넘을 전망이다.

이 서버 한 대 한 대에는 강력한 칩셋들이 다수 탑재돼 있다. 칩셋 하나하나에는 수백억 개의 전기 스위치들이 집적돼 있고, 그 스위치들이 쉴새 없이 여닫히며 전기를 쓴다. 당신의 옷장 안에 있는 물 먹는 하마는, 칩셋들에 비하면 하마도 아니다. 혹독한 다이어트 멈추지 않는 패션 모델보다 말랐다. 그러고 보니, 칩셋도 하마라 할 수 없다. 고래가 더 어울리겠는데, 그나마도 지구상 최대 동물이 고래라 그런 거지, 더한 뭔가가 있다면 거기에 비유했을 거다. AI는 와트 먹는 고래x10000000다. 

몇 년 전만 해도 데이터센터라는 뭔가 새롭고 최첨단 냄새가 나는 시설이 들어선다고 했을 때 동네 주민들은 쌍수 들어 환영했다. 고용 창출 등 경제 효과가 홍보됐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니다. 이제 미국서는 데이터센터 공사 들어간다고 하면 주민들이 시위하고 반대한다. ‘마이너스 경제 효과’를 경험했기 때문이다. 왜?

실제 데이터센터가 생기면 신규 고용 창출이 이뤄지는 것도 맞고, 데이터센터 주변으로 상권이 새로 형성되기도 했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전기세가 올랐다. 그것도 많이 올랐다. 전기 물량은 한정적인데 데이터센터가 다 끌어가다시피 하니, 주민들끼리 얼마 남지 않은 것을 나눠써야 하는 상황에 처했기 때문이다. 수요가 공급을 아득히 뛰어넘는 사태로 흘러갔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보다 안정적이면서 저렴한 에너지 공급에 대한 필요가 생겨났다. 그 맥락에서 각광 받기 시작한 게 에너지 저장 기술이다. ESS라고 한다. 아주 간단히 말해 ‘거대 배터리’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전기를 잘 안 쓰는 밤에 충전했다가, 너도 나도 전기 쓰느라 바쁜 낮에 충전된 걸 방출함으로써, 모자란 공급을 매꾸는 식으로 작동한다. 독일은 국가 차원에서 ESS 도입을 서두르고 있고, 트럼프 때문에 망한 전기차 기업들은 죄다 ESS로 눈을 돌리고 있다. 테슬라는 본업인 전기차 판매에서 손해본 걸 부업인 ESS 사업으로 다 채웠을 정도다.

배터리 만들려면 리튬이니 희토류니 하는 광물이 있어야 한다. 배터리 주문이 늘어나자 광산업체들이 거세게 땅을 헤집기 시작했다. 그냥 나무 베고 구멍만 내는 게 아니라, 원료 처리 과정을 단축하기 위해 온갖 유독 화학물을 가져다 쓰기도 한다. 이 과정서 각종 토양 오염 문제가 불거지고 있지만 대중들에겐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언젠가 이 광물들도 바닥날 것이니, 차세대 물질들도 다른 한 쪽에서 연구되고 있고, 곧 그런 것들이 매장된 땅들이 오염될 차례가 온다.

여기에 (이 지면에 다루진 않겠지만) AI가 촉발시킨 대량 해고라든가, 칩셋 대란 때문에 신학기 컴퓨터 마련에 등골 휘는 부모님들이라든가, 주식시장서 AI가 신규 투자금을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지만 수년 째 이익을 내지 못해 소리소문 없이 끓어오르고 있는 투자자들의 불만과 불안과 같은 문제들도 겹쳐 있다. 기계가 말 좀 했을 뿐인데, 자연부터 금융 시장까지 지구 전체가 끙끙 앓기 시작했다. 하루 벌어 하루 먹는 처지에 굳이 코끼리를 애완동물로 키우겠다며 매일 수백 킬로그램의 음식과 물을 빚 내서 조달하는 형국이다. 아니, 평범한 월급쟁이가 동물원을 통째로 구매해 유지하려 하는 것에 더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너무 비관적인가? 주민 시위 반대 무릅쓰고 데이터센터 아무리 지어봤자 결국 지구 표면에는 한계가 있는데, 그나마 있는 표면도 배터리 만드느라 면적 감축이 바삐 이뤄지고 있는데, 하루에 만들어지는 데이터의 양은 이미 엑사바이트 단위인데, 어떤 긍정론이 있을 수 있나. 누가 좀 알려줬으면 좋겠다. 해양 데이터센터? 머스크 따라 화성 테라포밍? 테라포밍에 성공한다 해도 인류 이민이 아니라 데이터센터 이전이 더 시급할 것이다. 아니, 테라포밍 전에 광산업이 먼저 활성화 되든가. 뭐가 됐든 지금으로서는 SF일 뿐이다. 신기루에 긍정론자가 되는 건 감기도 피해갈 바보뿐이다.

오늘 AI에 얼마나 말을 시켰는가? 한 줄 한 줄이 그냥 나오지 않았다는 것을 상기해 보았는가? 그 신기함과 편리함, 공짜가 아니다. 지구 전체가 대가를 치르는 중이다. 그 대가가 가히 ‘파멸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젠가 우리 각인에게도 고지서가 날아온다. 올라간 전기세 미리 받아들고 뜨악한 저 먼 외국 어느 주민은 미리 매를 맞아 다행일 수 있다. 차례가 뒤에 올수록 더 무시무시해질 수도 있고, 심지어 그게 내가 AI 때문에 치러야 할 대가인지도 모른 채 치르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AI 사용 중단 캠페인을 벌일 것도 아니다. 이미 벌어진 미래니 받아들여야 한다.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개인 차원의 작은 노력 뿐이다. 그 노력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각자가 알아내고 정해야 한다. 다만 시작점은 공통이다. 오늘 챗GPT나 제미나이가 우리에게 보낸 자연어 답변 하나가 화면에 나타날 때 그것을 텍스트 한 줄로만 보지 않는 것부터다. 그 문장 하나가 어제 있다 오늘 사라진 산이고, 약품으로 뒤범벅 돼 죽음의 땅으로 변한 광활한 지대며, 물 부족으로 시들어버린 농장이다. 누군가의 감당 힘든 전깃세이며, 낭떠러지에 서있는 듯한 투자 행위다. 뒷단에서 벌어지는 이런 진짜 현상들에 관심을 가져야 어느 날 고지서가 나한테 날아왔을 때 그것을 알아챌 수 있고, 어쩌면 예측해 방비할 수도 있다. 

지구를 지키자는 게 아니다. AI가 앞에서는 사람 말 따라하며 재주를 부리지만, 뒤에서는 벌써부터 비싼 고지서를 발행하고 있다는 거다. 그 고지서가 나중에 어떻게 될지, 어떤 규모가 될지 장담할 수 없으니 예의 주시해야 한다는 거다. AI랑 노는 데만 정신 팔리지 말고, 가끔 화면 밖으로 눈을 돌려 스스로를 좀 더 보호하자는 거다. 🆃🆃🅔

by 문가용 기자(anotherphase@thetechedg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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