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더테크엣지 독서 결산 및 추천 5

2025 더테크엣지 독서 결산 및 추천 5
Photo by Tom Hermans / Unsplash
💡
Editor's Pick
- 1년 동안 읽은 책 중 가장 추천할 만한 책 5권
- IT와 보안과는 큰 상관 없긴 하지만...
- 2026년 기대작은 보안과 관련 깊은 책

더테크엣지는 IT와 보안을 주로 다루는 매체이지만, 의외로 인문학에도 관심이 많다. 지구 핵에 도달할 정도로 하나만 깊이 팔 게 아니라면, 두루두루 섭렵하는 척이라도 해야 매체로서 작동하는 데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관심’이지 ‘조예’는 아니며, ‘섭렵하는 척’이지, ‘섭렵’은 아니라는 것이다. 게다가 ‘인문학’이라는 다소 광범위한 단어를 겁없이 선택하긴 했지만, 올해 읽은 책들을 돌아보니 대부분 소설이었다.

계획을 세워 읽은 것은 아니었는데 1년 동안 읽고 기록해 놓은 단행본이 꼭 12x2, 24권이다. 심심풀이로 고전인 셜록 홈즈 시리즈를 몇 권 읽었지만 기존에 접했던 것이므로 셈하지 않았다. 성경을 2번 반 읽었으나 인문학 책이 아니므로 역시 숫자에 넣지 않았다. IT와 보안 분야 보고서와 단행본들은 매일 밥처럼 먹는 거라 집계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그렇게 하여 남은 24권 중 이세돌 님과 이기주 기자님의 수필 각 한 권, 강풀 님의 만화책 세 권을 빼고는 전부 소설이었다. 정말 내 취향이 아니었으나 끝내야 한다는 의무감에 꾸역꾸역 읽은 것들도 있고, 너무 좋아 다 읽기 아까워 아끼고 아껴서 읽고도 마지막 장 덮기가 아쉬웠던 것들도 있었다. 2025년 신작들만 있는 것은 아니며, 전부 전자도서관 대출을 통해 무료로, 전자책(IT 기기!)을 통해 읽었다. 아쉬운 작품을 언급하면 팬분들과 작가분들께 실례가 될 듯하여 좋았던 것들만 뽑아 ‘추천 목록’처럼 남기고자 한다.

5위: 이세돌, 인생의 수읽기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노골적으로 침범하기 시작한 해에 나온, 어쩌면 인공지능 때문에 가장 먼저 실업자(?)가 된 유명인인 이세돌 전 바둑 기사의 수필집이다. 알파고와의 역사적 대국을 기억하는 이라면, 당시를 회상하는 내용이 살짝 담긴 이 책이 궁금할 수밖에 없다. 인공지능이 바둑이라는 분야를 어떻게 바꿨는지를, 바둑에 가장 깊게 몸 담고 있던 일선의 종사자가 직접 설명해주는 부분은 앞으로 인공지능에 대체될지도 모르는 모든 사람들이 읽어봄직하다. 바둑을 몰라도 읽는 데 무리가 없을 정도로 설명이 쉽고 친절하다는 것도 이 책의 장점이다.

필자는 바둑을 전혀 둘줄 모르기 때문에, 인공지능이 바둑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게 천추의 한이었다. 바둑을 처음부터 배워보려는 시도도 해봤지만, 게임 두뇌 쪽이 퇴화되다 못해 아예 제거된 거나 다름 없는 상태라 포기했다. 그 목마름이 이 책을 통해 조금 채워진 느낌이었다. 다만 인공지능과 바둑의 관계가 대단히 깊이 있게 다뤄지지는 않기 때문에 완전 해갈에 도달하기는 힘들다. 그건 책의 콘셉트가 ‘바둑과 인공지능을 몰라도 읽을 수 있는 책’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필자가 바둑 문외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4위 : 폴링인폴

백수린 작가의 단편 모음집이다. 단편 모음집이기 때문에 읽기에 부담이 없다. 유튜브 쇼츠 보듯, 한 편 한 편 시간 날 때 읽고, 다음 휴식기에 또 다음 편 읽는 식으로 접근하면 된다. 그렇다고 작품 하나하나가 무게감이 없는 것도 아니고, 재미가 덜한 것도 아니다. 서로 비슷하지도 않다. 개인적으로는 이 책으로 백수린 작가를 처음 접하고 깊은 인상을 받아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일개 독자로서 백수린 님의 강점은 깊이와 재미의 ‘균형감’이라 느꼈다. 백수린 님보다 깊이 있게 작품을 쓰는 작가들도 있고, 더 재미있게 쓰는 분들도 있었지만, 그 둘을 능숙하게 다잡는 게 소설가의 실력이자 예술성이라고 생각하는 필자에게 있어서 백수린 님은 올해 만난 작가들 중 최고 중 하나였다. 깊고 무겁게 쓰기만 해 다음 작품 손대기가 망설여지게 쓰는 것이나, 반대로 ‘도파민’ 위주로만 써서 다 읽고 남는 게 하나도 없게 쓰는 건, 그 나름의 글쓰기 재능이겠으나 균형 잡힌 소설가로서는 조금씩 아쉬운 게 아닐까, 라고 일개 독자는 생각한다.

폴링인폴은 순문학 작품이고, IT나 보안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 기술 이야기가 나오는 에피소드도 등장하지 않는다. 다만 혁신과 안전 사이에서 온전한 균형을 늘 찾아 헤매는 IT 및 보안 담당자들이라면 그런 균형 감각을 이런 소설집에서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3위 : 삼체 1

원래는 고전 SF인 ‘듄’을 독파하는 게 2025년의 목표였으나 갑자기 삼체 시리즈가 주목을 받는 바람에 급선회했다. 워낙 인기가 많아 대출을 할 수가 없어 미루고 미루다 시리즈의 첫 번째만 겨우 빌릴 수 있었다. 드라마로도 만들어졌다고 풍문을 듣긴 했는데 접하진 못했다. 폴링인폴과 다르게 매우 길고 묵직한 책이다. 하지만 흡입력이 좋고, 창의적인 줄거리를 가지고 있어 부담스럽지 않다. 필자는 SF를 별로 선호하지는 않는데(올해 도무지 안 되겠어서 중도하차한 SF 책이 서너 권 된다) 삼체 1은 꽤나 재미있게 읽었다.

SF 특성상 과학 기술 이야기가 적잖이 들어가긴 하지만 정보 보안 쪽과는 전혀 상관이 없다. 아쉬운 대목이다. 다만 이야기에 등장하는 주요 아이템 중 하나가 VR을 연상케 한다. 이 책을 읽으며 VR이 아직은 대중적이라 하기 힘든 기술이라 보안 쪽에서 제대로 다루고 있지는 않지만 언젠가 그렇게 될 날이 올까, 그렇다면 VR을 통한 사이버 공격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 수 있을까, 머리 한 구석으로 상상을 열심히 하는 자신을 발견한다면, 당신은 삼체 1이 재미 없거나, 보안에 꽤나 물들어 있는 거라고 볼 수 있다. 

시작과 중간까지 끌어가는 힘에 비해 결말이 다소 힘 빠지는 감이 없지 않은데, 이는 비슷한 길이의 2권과 3권으로까지 독서를 이어가야 한다는 부담을 덜어준다는 의미에서 장점이 될 수도 있다. 물론 필자는 대출이 되는 대로 2, 3권도 읽을 생각이지만, 중도하차도 각오하고 있긴 하다. 3권을 다 읽어본 분들의 후기를 들어보면 1권만 읽어도 충분하다는 평들이 적지 않은 듯하다.

2위 : 파과

위에서 살짝 언급한 ‘아끼고 아끼며 읽은’ 작품 중 하나다. 간단히 설명하면 흔하디 흔한 범죄 스릴러 물일 뿐인데, 구병모 작가는 그런 식상한 장르 안에서 매우 독특한 캐릭터를 구축하고, 그 캐릭터를 중심으로 색다른 플롯을 완성하는 데 성공했다. ‘흔한 범죄 스릴러 하나’일 수 있을 뻔한 카테고리를 선택해 독창성 높은 이야기를 구성한 것, 그 이야기를 심지어 빛나는 문장들로 엮어냈다는 것에서 작가의 재능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감히 평가하는 건 아니고, 독자로서의 소감이긴 하지만.

‘창의력’이란 것에 대해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의 정의를 내린다. 필자는 ‘하늘 아래 새 것이 없다’는 말을 믿는 편이라, 이미 존재하는, 그래서 평범할 수 있는 재료들을 독특한 시각으로 바라보고, 독특한 순서로 엮어, 전혀 새로운 느낌을 자아내는 것을 창의력이라 정의하는 쪽인데, 구병모 작가의 파과가 거기에 딱 부합했다고 생각한다. 

흔히 말하는 ‘해커들의 창의력’이라는 것도 이 범주에 들어간다. 그들은 세상에 없던 완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창조하는 게 아니라, 대부분의 우리들이 간과하는 우리의 약점을 집요하게 파악해 다소 독특하게 접근할 뿐이다. 보안을 담당하는 전문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창의력이라는 의미다. 그걸 구현하는 해커들의 실력이 뛰어날지 몰라도, 접근법 자체(즉 해킹 공격의 전략)는 무서워 덜덜 쩔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실력을 경계하긴 해도, 그들의 머리와 기발함에까지 기죽을 필요는 없다.

1위 : 고래

읽는 내내 ‘미쳤다’는 혼잣말을 멈추지 못했다. 매우 길고 분량 두꺼운 책이라서 다행이었다. 읽으면서 또 읽고 싶었고, 다 읽고는 한 번 더 읽을까 말까를 진지하게 고민했다. 이런 이야기가 존재한다는 게 감사했고, 그걸 이렇게 풀어내는 천명관 작가가 한국어를 구사한다는 게 고마웠다. 문장의 화려함과 아름다움이라는 면에서 고래나 파과나 큰 차이는 없으나, 전체 이야기를 떠받친다는 면에서는 천명관 님의 문장이 좀 더 찰떡같이 줄거리에 턱턱 붙는 느낌이었다.

찾아보니 이 소설의 특별함을 필자만 느낀 건 아니었던 듯하다. 이미 2014년에 문학동네소설상을 수상했으며, 여기 저기 ‘특별한 소설’이라는 수식을 받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도 기존에 읽었던 여러 다른 소설들과는 차원이 다른 새로움이 가득했다.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이야기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전개 방식에, 어디서도 볼 수 없었던 문장 구성들이 어찌나 필자를 자극했던지, 이를 오마주한 기사까지도 하나 쓰게 됐다.

보안이나 IT와는 전혀 관계가 없는 내용이긴 하나, 더테크엣지 독자들에게도 추천한다. IT 용어와 해킹 기술, 숨이 턱턱 막히는 사건 사고 소식들에만 파묻혀 있다면, 가끔씩 품에 고래 한 마리 넣어놓고 환기를 시켜도 괜찮을 것이다. 게다가 ‘보안의 중요성’을 매번 다른 스토리텔링으로 강조해야 하는 보안 담당자들이라면, 이런 색다른 이야기들을 접하는 게 쓸모없지는 않을 것이라 보인다. 

2026년 기대작

올해 가장 기대가 되는 책은, 드디어 더테크엣지라는 매체 이름에 걸맞는 것이 나오는데, 바로 ‘정보보안기사 필기 기본서’ 1권과 2권이다. 윤영빈, 문광석, 정상온 작가가 공저해 이미 2025년 출판 시장에 나온 학습서인데, 이분들의 설명에 따르면 ‘기초 보안 지식을 기르기에도 좋도록’ 꾸며져 있다고 한다. 보안 지식은 해킹이 난무하는 요즘 같은 시대에 반드시 퍼져야 하는 것이라고 믿는 더테크엣지 입장에서 쌍수 들어 환영할 수밖에 없는 콘셉트다. 

물론 그렇다 해도 책의 태생이 ‘기사 필기 시험’을 위한 ‘학습서’이기 때문에 아무나 부담 없이 펼쳐 읽기에는 무리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의구심이 남아 있기는 하다. 직접 확인해 보고 후기를 쓸 계획이니, 보안 쪽을 더 깊게 파고 싶거나, 기본 보안 상식을 탄탄히 익히고자 하는 분들은 관심을 가지고 기다리시거나 미리 서점에 가서 들춰보시는 것을 추천한다. 🆃🆃🅔

by 문가용 기자(anotherphase@thetechedg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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