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촉발된 암호화 기술 논쟁, 60개 단체는 “암호화 절대 지지”

또 다시 촉발된 암호화 기술 논쟁, 60개 단체는 “암호화 절대 지지”
Photo by Markus Winkler /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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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s Pick for Juniors
- 유럽서 60개 단체가 암호화 약화에 반대한다는 서신 발표
- 서신 수신지는 세계의 정부 기관들
- 언제 결판이 날까 싶은 암호화 논쟁...그런 시기를 지날 때 기억해야 할 것들

Youngsters!
테크를 가장 날카롭고 가치 있게 읽어주는 더테크엣지 아빠들이야.

테크 분야에 유독 민감한 주제가 하나 있어. 바로 ‘암호화’야. ‘암호화’는 누군가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을 전혀 알아보기 힘든 형태로 바꾸는 기술을 말해. 그 왜, 친구들끼리만 공유하고 싶은 말이 있을 때, 그래서 주변 다른 사람들이 모르기를 바랄 때, 너희들끼리 귓속말을 하거나 조용한 곳으로 자리를 옮겨 이야기를 하지? 그런 것들이 다소 원시적이긴 하지만 암호화라고 할 수 있어. 

거기서 조금 더 발전하면 물에 젖거나 불에 닿아야 보이는 잉크로 편지를 쓴다거나, 몇몇 친구들끼리만 통하는 구호나 신호를 만들어 소통하기도 하지. 야구 선수들이 필드에 서서 벤치와 작전 내용을 소통할 때 모자랑 눈코입 막 만져가면서 소리 없이 의견을 나누는 거 본 적 있니? 그것도 다 암호화야. 우리 주위에는 생각보다 많은 암호들이 있어.

하지만 그런 암호화 기술들은 컴퓨터에서 만들어지는 문서들에는 적용할 수 없어. 그래서 컴퓨터 안에 있는 문서들을 못 알아보게 만드는 특별한 기술들이 존재해. 비밀 문서를 컴퓨터에서 컴퓨터로 보낼 때 이런 암호화 기술들을 사용하곤 하지. 덕분에 우리는 내가 지정한 사람들하고만 비밀 이야기를 나눌 수 있고, 여러 가지를 은밀히 계획하고 실행할 수 있게 되지. 

부모님들이 온라인에서 뭔가 사는 걸 본 적 있지? 실제로 돈이 어디론가 날아가는 것도 아닌데 ‘구매’가 된다는 게 신기하다는 생각해 봤어? 그 때 부모님들은 K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보’를 주는 대가로 물건을 받는 거야. 그런데 돈으로 바꿀 수 있는 정보라니, 얼마나 중요하겠어? 이 정보를 아무나 막 볼 수 있으면 안 되겠지? 그 때 교환되는 정보도 다 암호화로 보호돼 있어.

비밀의 중요성

‘비밀’이라고 하면 뭔가 좋지 않은 느낌을 받을 수 있어. 끼리끼리 모여 쑥덕거리면서 누군가를 ‘왕따’로 만드는 도구처럼 보이기도 하고, 어쩐지 ‘음모’라거나 ‘음흉함’ 같은 어두침침한 단어랑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도 느껴져. 하지만 ‘비밀’은 대단히 중요한 거야. 이 ‘비밀’이 ‘비밀’로서 남아있어서 현재의 질서나 인간관계, 사회 체계가 유지되기도 하지. 

만화책에 나오는 말풍선들 알지? 우리가 현실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의 마음이 말풍선처럼 보인다고 상상해봐. 누군가 나를 욕하거나 공격하려 할 때 빨리 알아챌 수 있다는 장점이 있긴 할 거야. 하지만 친구나 가족이라고 해서 단 한 번도 나에 대해 나쁜 생각을 하지 않을까? 반대로, 내 마음은 그런 말풍선이 보이는 세상에서도 자유롭게 거리를 활보할 수 있을 정도로 항상 깨끗할까? 이런 상상만 해봐도 비밀이 비밀로서 유지되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알 수 있어.

서로의 마음을 숨길 수 없다면, 얼마나 끔찍할까[자료: 제미나이로 그림]

물론 비밀이 항상 좋기만한 건 아니야. 실제 많은 강도나 도둑들, 해커들이 자기들끼리만 아는 방법으로 나쁜 일을 기획하고 실행해. 언제 어디서 어떤 기업이나 기관을 공격할 것인지, 이들은 오프라인 상에서나 온라인 상에서나 끼리끼리 모여 들키지 않게 정보를 교환하지. 이런 비밀들의 경우, 경찰들이 먼저 알게 된다면 사회가 훨씬 안전해질 수도 있어. 꼭 알아야 할 비밀을, 알아야 할 사람이 알게 하는 것도 놓치지 않아야 할 것이긴 해. 그 ‘꼭 알아야 할 비밀’이 무엇인지 명확히 규정할 수 없고, 그걸 ‘알아야 할 사람’이 누구인지 판단하는 게 어려워서 문제지. 바로 이것 때문에 ‘암호화가 유독 민감한 주제’로 남아 있는 것이기도 해.

유럽에서 다시 촉발된 ‘민감 토론’

왜 갑자기 이런 얘기를 하냐면, 이번 주 초 유럽에서 다시 한 번 ‘암호화’를 주제로 한 민감한 대화가 시작됐기 때문이야. 60개가 넘는 디지털 상거래나 무역 관련 단체들이 세계 정부들을 향해 “암호화 기술을 약화시키지 말라”고 촉구했던 것이 시작이었지. “암호화 기술을 약화시키면 데이터를 보호하기가 더 힘들어지고, 사회를 떠받치는 요소 중 하나인 신뢰가 무너지기 때문”이라고 이들은 주장했어. “암호화는 소비자와 기업, 정부가 기밀을 유지한 채로 소통할 수 있도록 해 주는 필수 도구”라고 설명하면서.

이 이야기가 조금 어려울 수 있어. 먼저 ‘암호화를 약화시킨다’는 건, 비밀을 누군가 들여다볼 수 있게 한다는 의미야. 누군가의 비밀을 보겠다고 하는 거라면, 당연히 반대하는 게 맞지. 60여개 단체가 반대 성명을 낸 것은 쉽게 이해할 수 있어. 그런데 그 단체들이 세계 정부들을 향해 그런 주장을 했다고 했지? 왜 정부들은 암호화 기술을 약화시키면서까지 남의 비밀을 보고 싶어 하는 걸까?

그 답은 이 글 위에 들었던 예시 중 하나에 나와 있어. 아까 말풍선 얘기 꺼냈던 부분을 기억해 봐. 우리가 사람들의 마음을 뻔히 볼 수 있는 세상이라면 누군가 나에게 나쁜 짓을 하려 할 때 미리 방어할 수 있다고 했었지. 정부가 암호화 기술을 약화시켜 남의 비밀을 보고자 하는 건 제일 먼저 이것 때문이야. 정부는 국민들을 보호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나쁜 놈들의 비밀을 미리 알아야 한다는 논리지. 그래서 그 나쁜 놈들이 사용하는 암호화 기술을 약화시켜야 한다고 종종 주장하고 있어. 정부의 이러한 입장도 이해 못할 건 아니야.

그러면 다시 질문의 공을 상대편에게 넘겨보자. 공공안전을 위한 정부의 의중을 이해 못할 게 아닌데, 그 정도 부탁도 들어줄 수 없나? 지켜야 할 비밀이 있고, 그렇지 않은 비밀도 있는데, 그 중 해로운 것들만 공개하면 안 되는 걸까? 이 질문에 답하려면 ‘암호화를 약화시킨다’는 것의 내용을 좀 더 세부적으로 알아야 할 필요가 있어.

60여개 단체, 어떤 주장 펼쳤나?

이번에 세계 정부들의 반대편에 선 단체들은 앱협회(The App Association), 비즈니스소프트웨어연합(Business Software Alliance), 정보기술산업위원회(Information Technology Industry Council), 감시기술감독프로젝트(Surveillance Technology Oversight Project) 등 성격과 성향이 다양함을 알 수 있어. 그럼에도 암호화 기술의 약화에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지. 그만큼 이것이 심각한 문제라는 거야.

이들의 주장은 이래. “암호화 약화를 통해 법 집행 기관이 얻을 수 있는 이익보다, 일반 대중이 가져갈 프라이버시 및 보안 측면에서의 손해가 훨씬 클 것. 백도어, 키 에스크로 시스템, 정책적 의무화 등 모든 암호화 약화 노력들이 이러한 손해들을 야기하고 확대시킴.” 이 말도 좀 어렵지? 이 내용은 좀 하나하나 살펴볼 필요가 있어.

양측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자료: 제미나이로 그림]

법을 집행하는 기관은 아주 간단히 말해 경찰과 법원이라고 생각하면 돼. 범인들의 비밀을 알아낸다면, 그 비밀을 가지고 미리 범죄를 막을 사람들이지. 이런 사람들은 암호화 기술이 약화될 때, 하는 일이 훨씬 쉽고 편리해질 수 있어. 범인도 더 잘 잡고, 범행도 더 잘 예방하게 되는 거지. 그러므로 법 집행 기관이 얻는 이득은 ‘범죄가 줄어든다’로까지 연결될 수 있어. 아주 좋은 거지.

반대로 일반 대중이 가져갈 프라이버시 및 보안 측면에서의 손해는, 암호화 약화 기술로 인해 세상에 드러나지 않아야 할 것들까지 같이 드러나는 부작용을 뜻해. 이 부작용이 생각보다 치명적으로 큰 문제이고, 미연에 방지가 어렵기 때문에 염려하는 쪽 마음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어. 

왜 이 부작용을 막을 수 없는 걸까? ‘경찰이 나쁜 놈들의 비밀만 미리 파악하여 범죄를 예방한다(줄인다)’는 말을 한 번 생각해 봐. ‘나쁜 놈’이 누구인지 누가 어떻게 정해줘? 이것부터가 어려운 일이야. 실제 범행이 있기 전까지 우리는 그 누구도 ‘나쁜 놈’이라고 명확히 판단할 수가 없어. 범행 이력이 있는 사람이라도, 벌을 충분히 받았다면 그 다음 범행이 있기 전까지 나쁜 놈이 아니야. 그러니 나쁜 놈들의 비밀만 파악한다는 건 과학 기술의 발달과는 무관하게 대단히 어려운 일이야. 

그러면 나쁜 놈이 명확히 지정됐다고 가정한 상태에서 다음을 생각해보자. ‘나쁜 놈들의 비밀을 파악한다’는 건데, 이건 간단할까? 비밀을 비밀로 지키는 ‘암호화 기술’은 강도들이 멋대로 뚝딱뚝딱 만들어내기 힘들어. 야구 팀의 작전 수신호가 아니라 컴퓨터에 보관되는 각종 전자 형태 문건들을 비밀로 만들어주는 암호화 기술은 더 그렇지. 그러니 일반 대중이 합법적으로 사용하는 암호화 기술이나, 나쁜 놈들이 범죄를 기획하기 위해 사용하는 암호화 기술이나 같을 때가 많아. 

일반 대중이 무슨 암호화 기술을 쓰냐고? 좋은 질문이야. 우리는 암호화 기술을 별도로 설치해 사용하고 있지는 않아. 하지만 우리가 사용하는 여러 앱들이 미리 암호화 기술을 탑재하고 있지. 예를 들어 여러 채팅 앱들은 사용자들이 서로 나눈 대화 내용을 암호화 해서 저장하고 암호화 해서 전송해. 우리가 일일이 암호화 하지 않게 대신 해 주는 거지. 위에서 예를 들었던 온라인 지불 시스템도, 사용자 대신 시스템 자체에서 암호화를 진행해. 우리 입장에서는 편리한 거지. 다만 암호화 기술이 뭔지 잘 이해하거나 체감하지 못하는 게 단점이야.

나쁜 놈들도 우리랑 같은 채팅 앱으로 서로 대화하고, 우리랑 같은 시스템으로 돈을 주고받아. 그러니 우리나 그 치들이나 사용하는 암호화 기술이 겹쳐. 이런 상황에서 경찰과 법원이 암호화 기술을 약화시킨다? 사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암호화 기술이 한꺼번에 약화된다는 의미를 가질 수밖에 없어. 나쁜 놈이 누구인지 규정하는 것도 어려운 일인데, 그들의 비밀만 골라서 푼다는 것도 불가능에 가깝다는 거야. 그러면 확률은 ‘불가능 x 불가능’이라 ‘절대 불가능’이 될 수밖에 없어.

그래서 경찰과 법원, 정부가 대안으로 내놓은 게 백도어, 키 에스크로, 정책적 의무화야. 일반 대중이 쓰는 암호화 기술과, 범죄자들이 쓰는 암호화 기술이 상당 부분 겹치니, 이 기술 자체를 약화시키는 것에 반대하는 입장을 충분히 이해한다며 내놓은 대책이 이 세 가지라는 것이지. 이것도 하나하나 살펴보자.

뒷문을 만들거나, 열쇠를 맡기거나, 법으로 못을 박자?[자료: 제미나이로 그림]

먼저 백도어는 ‘뒷문’이라는 뜻이야. 암호화 기술을 통째로 약화시킬 수 없다면, 경찰이 지정한 인물의 핸드폰이나 태블릿, 컴퓨터에만 ‘뒷문’을 심고, 이 뒷문의 존재를 아는 사람만 드나들면서 그 인물을 감시하겠다는 거야. 그럴 듯하지? 일반 대중이 사용하는 암호화 기술에도 영향이 없을 것이고 말야. 용의자를 경찰이 알아서 잘 지정했을 테니 ‘나쁜 놈이 누구인가?’를 고민할 필요도 없겠고. 

반대자들은 이렇게 얘기해. ‘낮말은 새가 듣고, 밤말은 쥐가 듣는다.’ 즉 영원한 비밀은 없다는 거야. 경찰 내부 요원들만 사용하는 전용 백도어라는 게, 과연 얼마나 ‘경찰 전용’으로만 남아 있겠냐는 것이지. 시간이 흐르면서 흐지부지 모두가 아는 백도어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고, 결국 그 백도어를 심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되는 암호화 기술은, 경찰뿐만 아니라 누구나 뚫을 수 있는 것이 되어버릴 수 있다는 말이야. 충분히 일리가 있지.

키 에스크로(key escrow)에서 ‘키’는 열쇠를 뜻하고 ‘에스크로’는 ‘조건부 날인 증서’라는 의미야. 한 마디로 ‘열쇠를 누군가 제3자에게 맡긴다’고 생각하면 쉬워. 비밀을 해독하는 열쇠를 경찰과 법원에만 준다는 것이지. 우리 집 대문 열쇠를 식구들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 관리 사무소에도 하나 보관하는 것과 비슷한 개념이야. 가족들 모두가 위기에 처했을 때, 관리 사무소에 있는 열쇠가 중요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제공할 수도 있으니, 나쁘지 않은 생각일 수 있어.

그런데 말야, 그 관리 사무소는 영원히 안전한 곳일까? 식구들 모두가 열쇠를 안전하게 간수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누군가 그 관리 사무소에 쳐들어가 열쇠를 가져가면 어떻게 될까? 게다가 관리 사무소 직원들 모두를 믿을 수 있는 걸까? 정부들이 키 에스크로 체제를 주장할 때, 이런 반론들이 나오고 있어. 정부가 열쇠 털이범(해커)으로부터 안전한 것도 아니고, 정부를 100% 신뢰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야.

정책적 의무화라는 건, 암호화 기술을 사용해 채팅 앱이나 결제 앱을 만드는 소프트웨어 회사들이 수사를 목적으로 한 요청에 반드시 응해 암호화 기술을 약화시킴으로써 수사에 협조해야 한다는 제도를 도입하자는 걸 말해. 법으로 정하자는 거지. 기술력을 가진 자들이 반드시 정부에 협조하는 것을 말야. 하지만 이 역시도 정부를 100% 신뢰할 수 없기에, 또한 정부가 가진 ‘암호화 기술 약화’ 방법이 제대로 관리될 것인지가 의문이기 때문에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비밀에 대한 합법적 접근, 여전히 논란

요약하자면, 수사 기관들이 범죄자들의 음모를 파악하게 하는 건 공공의 안전을 위해 반드시 있어야 하는 일이지만, 그 과정에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은 일반 대중들도 애꿎은 피해를 입기 때문에 ‘암호화’라는 기술이 민감한 주제로 남아 있다고 볼 수 있어. 경찰이 파헤쳐도 되는 비밀이 무엇인지, 그런 취급을 받아도 마땅한 사람이 누구인지 정하는 방법이 영원히 분명해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 논란은 쉽게 해결되지 않을 전망이야.

이게 논란으로 남아 있다는 건 어떤 면에선 좋은 거야. 왜냐하면 이게 논란인 상태로 남아 있다는 건 정부와 시민이 나름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지. 독재주의나 그에 준하는 체제로 살아가는 나라들에서는 이런 게 논의되지 않아. 나라 전체가 정부의 명대로 움직여야 하니까. 정부가 암호화를 약화시키겠다는데, 누가 감히 입을 놀리겠어. 

위에서 반대 성명을 낸 단체들 전부 민주주의 국가들에 기반을 두고 있는 것도 그 때문이야. 러시아나 중국, 이란, 북한과 같은 곳에서 활동하는 곳은 하나도 없지. 이런 나라들에서는 정부에 반대하는 걸 꿈도 못 꾸거든. 쉽게 결정할 수 없는 문제가 오랜 시간 답을 찾지 못하고 시시때때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린다는 건, 그 사회의 문제 해결 능력이 부실하다는 의미도 되지만, 그 사회가 민주주의적 균형을 크게 잃지 않고 있다는 의미도 돼. 그러니 이 논란에 참여하고 싶을 때는 ‘민주주의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는 큰 틀에서 생각과 주장을 전개하는 게 중요해.

지금은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보호한다’는 게 공공의 안전보다 조금은 더 중요시 되는 분위기야. 공공의 안전이라는 게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보다 덜 피부에 와 닿는 문제이기도 하지. 이건 그냥 시대의 흐름이고, 언제고 바뀔 수 있어. 사생활과 프라이버시를 보호하는 것에 더 큰 비중을 두며 살아가다 보면, 어느 순간 공공 안전이 허술해질 수 있고, 그것이 어느 시점을 지나면 사람들의 생각이 바뀌어 공공 안전이 더 중요한 가치로 여겨질 때가 올 거야. 그러면 이런 논란에서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을 공공 안전의 비용으로써 지불해야만 하겠지. 

일단 들어보자. 내 안에서 생각이 교통정리를 할 때까지.[자료: 제미나이로 그림]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자유와 사생활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게 보호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더더욱 공공의 안전에 관심을 가져야 해. 공공 안전이 자꾸만 무너진다면, ‘거봐라, 사생활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게 있다니까?’라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테니까. ‘민주주의 사회 질서를 유지한다는 큰 틀에서 생각과 주장을 전개한다’는 건, 이처럼 내 주장에 힘을 싣기 위해 오히려 반대편의 의견에 마음을 쏟아주는 태도를 갖춘다는 뜻이기도 해. 상대방 입에서 항복 선언을 듣는 게 논쟁의 목적은 아니야.

위의 단체들도, 암호화를 약화시키자는 정부 기관들도, 아직은 서로의 주장이 옳다고만 얘기하고 있어. 암호화를 오히려 강화시켜 사생활을 지키자는 주장과, 암호화를 약화시켜 공공 안전을 도모하자는 주장이 양립하기는 힘들기 때문이지. 이러다가 중간에 타협점을 찾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지금은 무게추가 기울어지지 않은 상태이고, 우리는 ‘논란의 시대’를 지나고 있다는 건 사실이야. 

그럴 때 우리는 뭘 할 수 있을까? 제일 먼저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어. 한쪽의 주장이 맞다고 미리 판단하고 그쪽의 내용만 파고들어서는 안 돼. 아무도 뭔가를 정하지 않았는데, 그걸 지켜보는 우리가 나서서 결정할 필요는 없어. 이런 시기에는 양쪽의 내용을 충분히 숙지하고 이해하려 하는 게 더 알맞아. 골고루 먹고 나서, 자기 안에서 서서히 교통정리가 되어가는 걸 지켜보는 것도 즐거운 일이야. 분쟁이 정립되지 않을 때가 가장 풍부한 때일 수 있으니 놓치지 않기를 바라.

그 다음은 ‘공존’의 태도를 갖추는 거야. ‘비밀을 지킨다’와 ‘안전을 지킨다’가 팽팽히 맞붙고 있는 이 상황에서, 누군가는 ‘둘 다 지킨다’라는 방법을 고민해야 해. 사실 그게 가장 정답에 가까운 방향이기도 하지. 비밀과 안전 어느 것 하나 희생할 수 없으니까. 그 둘을 모두 지키는 ‘기술’이나 ‘전략’이 퍼뜩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괜찮아. ‘비밀을 지킨다’ 편에 서서 오히려 안전을 걱정하고, ‘안전을 지킨다’ 쪽에서 비밀을 존중해주는 태도가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런 기술이나 전략이 있다 하더라도 무용지물일 테니까. 항상 ‘태도’가 먼저고, 그 다음이 기술이나 전략이야. 우리는 비밀과 안전 모두를 원하지, 둘 중 하나만 택하는 걸 바라지 않는다는 걸 꼭 기억했으면 좋겠어.

by 문가용 기자(anotherphase@thetechedg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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