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송송송 가족여행>, “전기차 어디까지 타봤니?”

- 전기차로만 광주에서 부다페스트까지
- 전기차에 때문에 고생, 전기차 때문에 풍성
- 유럽의 전기차 푸시, 체감하기도
모든 테크는 거부감의 시기를 거쳐 정착한다. 지금 모든 분야에서 격변을 일으키고 있는 인공지능도 그렇고, 환경 보호 때문에 주요 국가들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전기자동차도 그렇다. 인공지능이 위협하는 직군들에 오랜 시간 종사해 온 사람들과, 앞으로 위협 받을 것이 분명해 보이는 이들의 한숨에 귀기울이고, 전기자동차와 관련된 각종 사고 소식들을 접하면 그 거부감이라는 것에 공감이 가기도 한다.
최근 <송송송 가족여행 : 전기차 지구횡단>이라는 영화를 극장에 내건 송진욱 감독도 그랬다. “아이들을 데리고 세계 여행을 해보고 싶었는데, 그렇다고 남들 다하는 것처럼 비행기를 타는 건 재미가 없을 것 같았습니다. 문득 자동차로 대륙을 횡단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이 들었죠. 그것도 아무도 해보지 않은 전기자동차로 한다면 재미있지 않을까? 그래서 한 5년 동안 전기자동차 여행을 기획하고, 실행에 옮겼습니다. 그 5년 동안 무엇보다 전기자동차에 대한 불안감을 해결하려 애를 썼습니다.”
시작
남들이 하지 않아서 전기자동차 대륙 횡단을 기획한 것만은 아니었다. 친환경적인 여행, ‘탄소배출 제로’ 여행을 하고 싶기도 했다. 송 감독에게 있어 여행의 목적은 아이들에게 대자연의 모습을 보여주는 거였는데, 눈으로는 자연을 감상하면서 뒤로는 내연 기관 자동차의 매연을 남기고 온다면 이율배반 그 자체일 것 같았다고. “자연에 감탄하고 감사하면서 사실은 자연을 죽이고 다닌다면, 그 여행이 아이들에게 좋은 영향을 미치지 않을 거라고 봤습니다. 그래서 굳이 전기자동차를 고집한 거였습니다.”

믿는 구석이 없는 건 아니었다. 영화에도 출연한 송 감독의 아버지께서 전기자동차로 개인택시를 적잖은 기간 운영하셨던 것이다. “한 20만 킬로미터를 타셨더라고요. 그때만 해도 전기자동차 택시는 많이 없었거든요. 걱정 반 기대 반으로 시작하셨는데, 걱정은 기우일 뿐이었습니다. 전기자동차도 충분히 튼튼하고 오래 간다는 걸 몸으로 경험하셨고, 아버지의 그런 경험이 이번 저의 여행을 기획하는 데 큰 자신감이 됐습니다.”
송 감독 스스로도 각종 전기자동차를 꾸준히 경험해 보았다. “코나EV를 21만 킬로미터, 아이오닉를 13만 킬로미터 정도 운전했습니다. 그 외에도 한국에서 출시된 거의 모든 전기자동차를 시승해 보기도 했고요. 제네시스, BMW, 테슬라, 아우디, 폭스바겐, 푸조, 볼보, 기아, 지프 등 브랜드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그러면서 저도 전기자동차에 적응해 갔고, 아쉬운 점이 없지 않지만 전기자동차만의 강점도 알 수 있었습니다. 장거리 여행, 할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전기자동차 최대 불안감, 인프라
전기자동차를 왜 불안해 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배터리 화제를 언급할 것이다. 하지만 송 감독의 가족처럼 광주에서 부다페스트까지 육로로 이동하려는 사람들에게 가장 불안한 건 충전 인프라일 테다. 실제 <송송송 가족여행>의 초반부는 스릴러나 다름 없는데, 그건 영화 출연진이 충전 인프라 찾기 힘든 지역을 통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낯선 땅, 그것도 세계의 손가락질을 받고 있는 전쟁을 하는 곳에서 배터리가 바닥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그 구간에 관객들의 심장을 조인다.

전기자동차 인프라에 대한 불안감은 크게 두 가지다.
1) 충전소를 쉽게 찾을 수 있는가?
2) 충전 플러그가 내 차와 호환이 되는가?
여기에 전기자동차 특유의 불안감을 하나 덧붙이면 다음과 같을 것이다.
3) 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하면 어떻게 하나?
2)번을 해결하기 위해 송 감독은 여행 전 변환기를 준비했다. 서로 다른 충전 표준들 중 어떤 것들이 현지에 있을지 모르니 당연히 가져가야 했다. “그 외에도 배터리 충전이 불가능할 때를 대비해 완속 충전기 두 종류와 파워뱅크, 솔라패널까지 준비했습니다.” 3)번 배터리 화재에 대비해서는 전기자동차 전용 방염포를 구비해 갔다. 사실 이 방염포는 자동차를 배에 실을 때 유용했다고 한다. “어떤 선박들은 전기자동차를 실어주지 않더라고요. 화재에 대한 불안 때문에요. 그럴 때 방염포도 있다며 설득했습니다. 실제 화재가 난 적은 한 번도 없고요.” OBD2 같은 장비도 가져가 배터리 온도와 셀전압 편차를 꾸준히 살피기도 했다.
불안 요소가 풍성함으로
하지만 1)번, 충전소의 현지 상황은 여행 준비 단계에서 충분한 확신을 갖기 힘든 내용이었다. 좌충우돌 부딪혀 봐야만 알 수 있었다. “실제로 초반에는 여행을 하는 건지 충전소를 찾는 건지 구분이 가지 않을 정도로 충전소 찾는 것에 집중했습니다. 역시나, 현지 사정은 저희 계획과 상당한 차이를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다행이었습니다. 충전소를 찾아다니다가 낯선 동네 중학생 무리들과 사진도 찍을 수 있었고, 저희를 따듯하게 환대해 준 현지인 이반의 가정에도 방문하게 되었으니까요. 충전소를 찾아 헤맸을 뿐인데 여행이 더 풍부해졌습니다.”
그러다 보니 충전소를 찾아 헤매면서도 내연차 생각은 나지 않았다고 한다. “내연차로 여행했다면 더 쉬웠을 겁니다. 정해진 루트 대로 착착 진행되기도 했을 거고요. 하지만 그랬을 때 우리는 온갖 유해 가스를 내뿜었을 것이고, 여행객들이 잘 가보지 않는 마을 근처에도 못 가봤을 겁니다. 그런 여행도 의미가 없지는 않았겠지만, 전기자동차가 주었던 의외의 재미와 예상치 못한 기쁨 같은 건 없었겠죠.”
물론 전기자동차라고 모든 면에서 다 앞서는 건 아니다. “전기자동차는 같은 등급 내연차에 비해 무겁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유하는 것에 비해 전기 충전은 턱없이 느리기도 하고요. 내연차보다 주행 거리도 짧지요. 전기자동차 생산 기술이 발달하면 이런 문제들은 해결될 것으로 전망하고, 그랬을 때 전기자동차는 좀 더 대중화 되지 않을까 합니다. 전기자동차라는 테크도, 그러한 현재의 아쉬움을 해결해가는 중에 더 풍성해질 것이라고 봅니다. 저희 여정처럼요.”
유럽의 전기자동차 푸시
난관을 뚫고 드디어 북유럽에 도달했을 때 영화 속 주인공들은 안도한다. 전기자동차 인프라가 훨씬 잘 되어 있는 곳이었기 때문이다. “제 경험상 노르웨이의 전기자동차 인프라가 가장 뛰어났습니다. 노르웨이 정부 자체에서 지원을 잘 해주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신차 판매의 90% 이상이 전기자동차라는 이야기도 얼핏 들은 것 같습니다. 북유럽에서는 전기자동차 시장이 무르익어가고 있다는 느낌을 여행객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헝가리와 체코는 아직 많은 부분에서 아쉬웠다고.
유럽연합은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전기자동차를 강력하게 ‘푸시’하고 있다. 유럽연합위원회가 발표한 바에 의하면 현재 전기자동차를 가지고 있지 않은 유럽인들 중 절반 이상(57%)이 전기자동차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고 하며, 유럽그린딜(European Green Deal)과 지속가능스마트모빌리티전략(Sustainable and Smart Mobility Strategy)과 같은 정책적 변화까지 바삐 일어나는 중이다. 그러면서 전기자동차 충전 인프라 확대에도 많은 돈을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아직 진행 중인 사업이라 지역과 나라 간 편차가 존재한다.
하지만 영화에서 이런 내용이 깊게 담기지는 않았다. “영화는 가족의 여정에 관한 것이지, 기술에 관한 것이 아닙니다. 누구나 편히 볼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다만 화면에 나오지 않았을 뿐, 여행을 준비하는 과정과, 여행을 진행하는 중에 테크를 검토하고 보안성을 거듭 검증하는 작업은 지속적으로 이뤘습니다. 어차피 테크라도 것이 생활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야 제 가치를 발휘하는 것이니까요. 진공청소기로 자연스럽게 청소를 하지, 매번 그 기술에 놀라거나 온갖 불안 요소들을 고려해 조심스럽게 작동하지는 않잖아요? 영화가 잘 만들어져 세상에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저희가 사용했던 기술들의 안정성을 증명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그럼에도 시간 제한이 있는 영화 장르 특성 상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이 남아 있다고 송 감독은 말한다. “그런 이야기들을 모아서 6편짜리 시리즈로 제작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80일 동안 자동차를 타고 대륙을 건넜는데, 그 여정을 2시간도 안 되는 영상에 담으려니 남겨진 이야기가 너무 많았어요. 그래서 비교적 제한이 덜한 매체를 이용해 보려 합니다.”
송 감독은 젊었을 때부터 자동차를 좋아했었다. 주변인들의 현명한 자동차 구매를 위해 틈나는 대로 돕고 있기도 하다. 그 스스로도 중고 거래로 이런 차 저런 차를 몰아보기를 즐겨한다. “자동차 매니아였을 뿐인데, 어쩌다 보니 영화 제작까지 왔습니다. 이번 영화가 충분한 성적을 거둔다면 2편과 3편의 제작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원래 목표는 ‘지구 한 바퀴’였기 때문에, 그걸 어떻게든 해볼 생각입니다. 2부는 ‘집으로 오는 길’에 관한 것이 되지 않을까 하고, 3부는 지구 종단(자북극에서 남미 끝까지)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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