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과 애플, 일본에서 어금니 깨물고 “열어줄게”
- 일본에서 새로운 디지털 시장 경쟁법 시행
- 구글과 애플, 여러 가지 변화 도입...애플 수수료 파격 인하
- 한국이 두 회사 건드린 최초 국가...하지만 실효성 떨어져
구글과 애플이 서드파티 앱 마켓을 일본에서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오랜 시간 자사 플랫폼들을 통해서만 앱 유통과 결제를 허용했던 두 회사가 갑자기 입장을 바꾼 건 12월 18일부터 새롭게 시행되기 시작한 일본의 법 때문이다. EU에 이어 일본도 두 회사의 경쟁 체제에 ‘딴지’를 건 것이고, 이에 두 회사는 마지못해 문을 조금 연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일본과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나거나 예상되고 있다.
구글과 애플의 ‘서드파티’ 허용
구글은 16일, 애플은 17일, 기존의 공식 앱 구매 플랫폼(구글은 플레이, 애플은 앱스토어) 외 서드파티 마켓을 허용한다고 발표했다. 공식 플랫폼을 통해서만 결제를 해야만 하던 정책에도 변화가 생겨, 이제 대체 결제 방식도 도입 가능하다. 다만 두 회사가 자신들의 생태계를 전면 개방한 건 아니다. 아직 조건이 걸려 있으며, 양사 간 차이도 존재한다.
애플의 경우 서드파티 앱 마켓을 허용하긴 하는데, 현존하는 모든 앱 마켓들이 다 입점 가능한 건 아니다. 애플이 공식 승인한 것들만 아이폰, 아이패드 등에 설치할 수 있다. 서드파티 앱 마켓을 통해 올라오는 앱들까지도 애플은 자사가 직접 검사하겠다고 한다. 웹사이트를 통한 앱 다운로드와 설치는 여전히 불가능하다. 애플은 서드파티 마켓을 ‘보안과 프라이버시 침해 우려’를 이유로 반대해 왔는데,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구글은 모든 서드파티 앱 마켓과 사이드로딩(웹사이트 통한 다운로드)까지 허용한다. 하지만 이는 안드로이드 환경에서 언제나 가능했던 것이었다. 서드파티 스토어나 웹사이트를 통해 앱을 다운로드 받다가 멀웨어에 감염될 수 있다는 경고가 항상 나온 것은, 구글이 애플처럼 엄격히 이런 것을 방어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번에 구글은 외부 앱 설치 과정을 덜 불편하게 할 것이라고 한다. 이전에는 여러 옵션을 조정해 권한을 풀어야만 했었다.
그러면 일본의 구글 사용자는 더 위험해지는 것 아닐까? 그 동안 구글은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서드파티 앱 설치를 어렵게 해왔었는데, 이번에 법 하나로 그 주장을 철회하는 걸까? 아니다. 구글은 새로운 시스템을 도입했다. ‘개발자 확인’이 바로 그것이다. 앞으로 서드파티 앱의 내용물을 다 검사하지는 못하니, 안드로이드라는 OS 단계에서 ‘구글이 인정한 개발자가 만든 앱만’ 설치되도록 한 것이다. 이는 구글 앱을 통해 벌어지는 보안 사고의 책임을 개발자가 지도록 하겠다는 의미도 된다. 앞으로 서드파티 마켓이나 웹사이트를 통해 앱을 퍼트리려면 먼저 구글 승인 개발자 자격을 얻어야 한다.
결제 시스템에도 변화가
애플의 경우 결제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변경했다. 기존에는 애플의 앱스토어를 통해서만 결제가 가능했고, 앱 개발사들은 30%의 수수료를 애플 측에 지불해야만 했다. 이를 26%로 인하했다. 게다가 애플 생태계에서 앱을 구매하거나 앱 내 추가 서비스를 구매하려면 앱스토어의 결제 시스템만을 사용해야 했는데, 이 역시 바뀌었다. 서드파티 지불 시스템도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이 경우 애플에 21%의 수수료를 내야 한다.
앱 개발사가 자사 웹사이트에 지불 시스템을 별도로 마련하여 앱 사용자들을 그리로 유도하는 것도 가능하다. 앱 내에 “이 사이트에서 더 싼 값에 서비스를 이용하세요”라는 문구를 띄우는 것도 가능하고, 링크를 거는 것도 가능하고, 실제 결제가 발생하는 것도 가능하다. 이 경우 애플에 내는 수수료는 10~15%로 줄어든다. 서드파티 앱 마켓을 통해 결제가 이뤄지면, 수수료는 5%로까지 내려간다.
구글은 이미 서드파티 결제 시스템을 허용하고 있었다. 다만 그 범위가 좁은 편이었고, 이용이 불편했다. 이번에 일본 정부의 압박으로 구글은 사용자들이 안드로이드 상에서 결제할 때 ‘구글을 통한 결제’와 ‘앱 개발자 자체 결제’ 중 하나를 택할 수 있게 했다. 이 때 개발자 자체 결제와 같은 서드파티 결제 수단을 이용할 때, 수수료는 기존 대비 4%p 낮아진다고 한다. 앱에서 외부 웹사이트로 사용자들을 유도하여 결제할 때, 수수료는 20% 정도라고 한다. 기존에는 구글도 애플처럼 30% 수수료를 고집했었다.
이렇게 결제 시스템 간에도 경쟁이 발생하게 되고, 수수료가 실제로 낮아지면서, 앞으로 사용자들이 앱이나 앱 내 서비스를 구매할 때 내야할 돈도 적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일본 시장 한정). 특히 애플의 수수료 인하율이 이례적이라 전 세계적으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른 지역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난다 해도 이상할 것이 없다.
문제의 일본법, MSCA
도대체 일본이 뭘 어떻게 했기에 구글과 애플이 이렇게까지 자세를 낮춘 것일까? MCSA라 불리는 새 규제 때문이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경쟁법(Mobile Software Competition Act)’이라는 이름의 이 법은 스마트폰 소프트웨어 생태계 내에서 공정한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마련됐다고 하지만 사실은 구글과 애플 등 IT 업계의 ‘빅테크’들을 겨냥한 것이다.
MSCA는 한 마디로 ‘반독점법의 빅테크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기존에도 비슷한 규제가 있었지만, ‘사후 처리’ 방식이었다. 즉 특정 기업이 반독점법을 저지르고 나서, 그것의 심각성 등을 조사하고 판단해 처벌했다는 것인데, 이 때문에 그 기업은 꽤나 많은 이익을 거둘 시간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MSCA는 ‘사전 규제’ 방식을 채택했다. 아예 애플과 구글을 지정해 놓고 “이 정도 규모의 사업자는 처음부터 이런 저런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정해두고, 거기에 알아서 맞추지 않으면 벌금을 걷겠다는 게 MSCA의 골자다.
‘이런 저런 행동’은 6가지다.
1) 서드파티 앱 마켓을 허용한다. 애플과 구글 외 다른 마켓 사업자들도 경쟁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
2) 결제 방식을 강제하면 안 된다. 외부 결제 서비스 제공자들도 경쟁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
3) 자사 서비스를 우대하면 안 된다. 사용자가 앱을 검색할 때 애플과 구글이 만든 앱부터 나오면 안 된다.
4) 기본 설정 변경이 용이해야 한다. 사용자가 브라우저나 검색엔진 등을 원하는 것으로 쉽게 바꿀 수 있게 해야 한다.
5) 정보의 부당 사용은 금지된다. 앱 개발자들로부터 얻은 정보를 이용해 비슷한 다른 서비스를 개발해 출시하는 건 안 된다.
6) 하드웨어에 대한 접근 차단 조치는 해제되어야 한다. 브라우저 엔진이나 NFC 등 스마트폰의 핵심 기능을 다른 개발자들도 공정하게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
이 6가지를 미리 준수하지 않았을 때 일본 정부는 해당 기업으로부터 매출의 20%를 가져갈 수 있게 된다. 여기서 매출은 ‘일본 시장 내’로 한정된다. 이는 1차 위반에 가해지는 벌칙이다. 그런데 그 기업이 1차 위반 내용에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비슷한 또 다른 내용을 위반하면 어떻게 될까? 매출의 30%를 벌금으로 내야 한다.
EU, 다음은 일본, 다음은…?
일본이 구글과 애플의 특별한 혜택을 받는 유일한 지역은 아니다. 이미 유럽연합은 2023년 5월부터 디지털시장법(Digital Markets Act)이라는 것을 통해 구글과 애플이 공정한 경쟁을 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 왔다. 공정한 시장 경쟁을 확보하기 위한 법이라고 EU 측은 강조했었다. 구글과 애플만이 아니라 아마존, 메타, 마이크로소프트, 바이트댄스도 준수 대상으로 포함됐었다.
이 때문에 애플은 역사상 처음으로 서드파티 앱 마켓의 이용을 허용했고, 구글도 안드로이드 서드파티 앱 마켓의 이용을 보다 쉽게 할 수 있도록 정책과 인터페이스를 바꿨다. 그 외에도 애플은 사파리 외 다른 브라우저를 허용해야만 했고, 구글은 기기 초기 세팅 시 사용자가 브라우저를 직접 선택하도록 했다. 결제 수수료도 인하했고, 타사 결제 서비스도 이용 가능하게 했다.
한국은 이미 2021년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함으로써 애플과 구글이 앱 개발자에게 자사 결제만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것을 금지시킨 바 있다. 두 회사의 플랫폼이 가진 불공정성을 법 차원에서 건드린 건 한국이 최초다. 다만 실제 집행에 있어 강도와 방식이 EU나 일본의 그것과 비교해 현저히 부드럽기 때문에(벌금 규모가 비교 안 되기 작다) 아무 것도 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게다가 ‘사후 규제’이기 때문에 위반 행위가 먼저 일어나야 조치가 뒤늦게 취해지기도 한다.
브라질의 경우 현 룰라 대통령이 직접 국회에 새 법안을 제출했었다. 지난 9월의 일이다. 디지털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목적 하에 만들어진 이 법안은 EU의 디지털시장법과 유사하다. 제출되고서 이제 겨우 3달이 지난 시점이라 조금 더 지켜봐야 하지만, 통과되고 시행되기 시작하면 구글과 애플 입장에서 무시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남미 최대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호주의 경우 새 법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법을 확대 적용함으로써 애플이나 구글과 같은 거대 IT 기업들에 철퇴를 내리고 있다. 2025년 호주 연방법원이 애플과 구글이 경쟁법(기존에 있는 법)을 위반했다고 판결을 내리면서 ‘두 회사가 사실상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고 있다’는 걸 인정한 것. 이 판례가 있다는 것 자체로 호주 시장에서의 애플과 구글은 압박을 받게 됐다. 호주 정부는 현재 구체적인 규제 가이드라인을 제작하고 있다.🆃🆃🅔
by 문가용 기자(anotherphase@thetechedge.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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